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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늦바람

[2009-10-23, 13:26:37] 상하이저널
“엄마! 엄마도 매일 먹는 것 말고 요리 좀 해보세요.”

큰아들의 소리다. 늘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이 아직도 나에겐 감추고 싶은 부담이었는데 그날은 아들이 정곡을 찌르니 부끄럽기도 하고 은근히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결혼한지 벌써 20년, 가족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많은 부분들을 애쓰고 한다고 하는데도 이 부분에서는 요리는커녕 음식을 한다는 자체가 아직도 나에겐 부담이고 또 피할 수 없는 숙제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다행히 요리하길 좋아하는 남편이 가끔 가족을 위해 봉사(?)를 하지만 그 또한 맘 편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로 애를 쓴다는 것이 가끔은 내 생활을 지치게 하고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다 주었다.

이곳에 온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난 요즘 좋은 친구를 만났다. 기쁘게도 이 친구는 요리를 잘한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간식을 만들고 또 가족을 위해 좋은 음식을 만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내가 만난 적지 않은 가정에서 많은 부분을 ‘보모’에게 맡기는 모습과 대조가 되니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하다는 마음이 든다.

스파게티 만드는 법, 또 여러 가지 장아찌 피클 등등 간단한 레시피 들을 알려준다. 물론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우스운 일이겠지만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고 고마운 친구는 내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자세히 작은 것 조차도 친절하게 알려주니 난 정말 평범한 것 조차 아이들처럼 인정받고 칭찬 받고 싶어 장을 보고 어설프게 요리를 한다. 그리고 난 어느새 의무가 아닌 즐거움으로 하는 나를 발견한다.

요즘 난 김치 담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친구와 같이 시장에 가서 배추를 고르고 절이고 또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속 재료를 준비해서 버무리니 밥상에 내가 담근 김치가 놓이고 그 모습에 내가 먼저 감동을 한다.

그러면서 예전 어느 해 겨울 한국에서 남편이 우리도 김장 좀 담그자 해서 배추 다섯 포기를 담그며 며칠을 전전긍긍했던 일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늘도 난 배추 여섯 포기를 사서 김치를 담갔다. 예전 같으면 연중행사였을 김장을 간단하게 끝냈다. 배추 속 하나를 뚝 때서 속을 싸 아들녀석에게 맛을 보이면서 말한다.

“아들아, 늙어 죽을 때까지 행복하고 싶으면 얼굴 예쁜 여자보다 요리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해라. 그리고 맛있는 것 오랫동안 많이 먹고 싶으면 이 잘 닦고….”

나는 이렇게 요즘 늦바람이 났다. 이 바람이 언제 멈출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바람이라면 우리 가족은 제발 멈추지 않길 바라겠지?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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