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줄 알았던 ‘반(反) 월가’ 시위의 불씨가 최근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이들이 외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와 옥스퍼드 사전 편찬자들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쥐어 짜인 중산층(squeezed middle)’은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고통 받는 중산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이들 시위대는 얼마 전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노동자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만드는 바오청(寶成)그룹 선전공장 근로자 7000여 명이 참가한 파업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서 ‘불매의 날(Buy Nothing Day)' 활동을 벌일 것을 촉구했다.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소비하던 값 싼 중국제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직시하자는 의미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반 월가 시위는 들불처럼 세계 80여 개국으로 순식간에 번져갔다. 중국 역시 최근 외자기업을 중심으로 잇따른 시위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최대 수출전진 기지인 선전과 둥관에서는 지난 11월 마지막 한 주 동안에만 1만 여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며 거리도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상하이 소재 한 싱가포르 기업이 공장 이전 발표와 함께 일부 근로자를 해고하자 1000여 명의 노동자가 농성을 벌였다.
이렇게 파업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요즘 기업 경영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치솟는 임금. 2010년 초 애플 제품을 만드는 폭스콘 공장 근로자의 연쇄 투신자살과 다수 외자기업에서 발생한 파업 결과 전국적으로 평균 20∼30%씩 임금이 인상됐다. 올해 역시 최저임금 표준은 대부분 10~20% 상향 조정됐다.
문제는 임금 문제 하나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월 수출 증가율은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내년도 대외수출 여건은 더욱 암울하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십수 년 만의 무역적자까지도 예상된다.
외부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 감소도 문제지만 전력난, 자금난, 인력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내부 요인 역시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치명적이다.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생산원가가 더 낮은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실직 위기에 내몰리는 근로자도 늘어나고 있다. 결국 급격하게 오른 임금이 얼마못가 근로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중국 노동자의 파업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1월 1일부터 공회가 노동쟁의 협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 노동쟁의 협상조정 규정>이 지난 5일 발표됨에 따라 근로자의 발언권과 협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신 노동계약법, 단체임금협상 규정, 사회보험법의 시행 등 일련의 굵직굵직한 법규의 시행으로 노동문제는 회사의 존망을 좌지우지할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내년 중 공표가 예상되는 ‘임금조례’마저 시행되면 이미 한계상황에 내몰린 노동집약적 임가공 수출기업은 물론, 대기업마저도 비상경영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치 한 고비를 넘으니 또 다른 난관이 잇달아 고개를 드는 ‘두더지 게임(Whack-A-Mole)’을 보는 것 같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생산설비의 자동화와 함께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노동생산성과 효율성 제고라는 ‘큰 망치’가 필요해 보인다.
홍창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부관장)
KOTRA 타이베이무역관, 베이징무역관을 거쳐 현재 상하이무역관 부관장(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입사 이후 월간 '중국통상정보' 편집장을 포함하여 '중국시장 중장기진출전략, '중국투자실무가이드' 등의 저서와 다수의 보고서를 저술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중화권지역 조사업무에 매진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식경제부 해외진출기업지원단 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초빙강사 등을 거쳐 현재 이코노미스트 '차이나투데이' 칼럼니스트, 이데일리 '차이나워치'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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