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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남편이 끓인 김치찌개

[2012-01-24, 23:19:07] 상하이저널
저녁 준비를 위해 시장에 나가보면 상하이 남편들의 장보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야채 가격을 흥정하고, 돼지고기 조금, 쪽파 약간등이 담긴 비닐 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나가는 많은 남자들의 모습이 십여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일상이지만 처음 봤을 때 내게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낯선 그 모습보다 나를 더 놀라게 했던건, 남편이 저녁 식사 준비하는건 당연한 일 아니냐며 반문하던 중국 친구들의 태도였다.

한국 남자들이 주방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그 친구들이 한국과 중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 하며 “한국 여자들은 정말 현모양처구나. 한국 남자들은 좋겠다”라는 말로 날 달래려고 했지만, 그 친구들 어쩌면 뒤돌아서는 한국남자들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을까?

남편은 주방에 들어오는걸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어머님과 누나들이 막내동생은 부엌에 들어갈 일이 없게 챙겨주셔서 음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게 이유라면 이유일게다. 신혼시절 몸살에 걸려 끙끙 앓고 누워있을 때 맛있는걸 해준다며 “신라면 먹을래? 짜파게티 먹을래?”하고 물어보던 해맑은 얼굴이 지금도 생각난다. 할 줄 아는게 라면 끓이는것 뿐이었으니 자신의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는거다.

그런 남편이 요새는 우리 아이들을 걱정한다. 대학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독립해서 혼자 지내야 할텐데, 라면 끓이고 계란 프라이 하는것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으니 간단하게 찌개 끓이는거나 밥하고 빨래하는것 정도는 가르쳐야 하는것 아니냐고 나보다 더 성화를 부리고 있다.

작년에 나 혼자서 한국에 가야 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상하이에 남아있는 식구들 생각에 국이며 찌개를 끓여 냉동 시켜놓고, 밑반찬 만들어 준비를 해둬야 했었다. T.V를 보면 요즘 많은 남편들이 요리학원에서 열심히 요리를 배우는 모습이 자주 보이곤 한다. 부인과 아이들에게 아빠가 직접 음식을 해먹이겠다는 인터뷰를 듣고, 이것저것 생각 하던 남편이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저녁 준비하는 부엌으로 성큼 들어와 김치찌개 끓이는것 부터 좀 배워보겠다고 먼저 말을 한다.

이게 뭔 일이야 싶어서 아예 김치 써는것 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김치를 종종 썰어서 돼지고기에 고추장, 고추 가루 좀 넣고 같이 볶다가 물을 좀 붓고 오래 끓이고, 파, 마늘 좀 넣고…. 가장 큰 맛의 포인트 김치 국물을 넣어 끓이는 것까지 알려주었더니, “뭐, 어렵지도 않네”하며 열심히 따라 한다. 김치찌개가 완성된 후 예술적인 맛을 운운하며 즐거워하는 남편 옆에서 남편보다 더 큰 소리로 칭찬을 하고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으며 다음을 기약해본다.

요리를 좋아하시는 아주버님이 아무리 신들린(?) 칼솜씨를 발휘해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셔도 먹는데만 관심을 두고, 내가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콧등으로만 듣던 남편이 이런 변화를 보이다니, 열심히 가르쳐서 수제자로 삼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번에는 어떤 메뉴를 알려줘야 흥미를 잃지 않을까? 두아들녀석과 남편을 수강생 삼아 실시될 요리강습(?)을 생각하며 작은 도마 세개와 앞치마를 마련했다. 남편과 아들들이 차려주는 저녁 밥상….우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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