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께 띄우는 하이닝의 潮文化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찬바람이 불어와 기온이 뚝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하니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네요. 건강하시죠? 저 근영이에요. 최근에 상하이 근교에 있는 하이닝(海宁) 옌관(盐官) 에 다녀왔어요. 과학에 조예가 깊으신 할아버지께서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아 소개해 드릴까 해요.
하이닝에는 ‘조수해일(潮水海溢)’이라는 특별한 자연현상이 일어나요. 음력으로 매달 초하루부터 5일까지, 16일부터 20일까지는 조수 구경을 할 수 있는데 음력 8월 18일 전후의 조수가 제일 크다고 해요. 우리가 흔히 해일이라고 하면 쓰나미를 먼저 떠올리죠. 하지만 해일은 쓰나미를 포함해서 3종류가 있어요. 폭풍해일, 지진해일, 조수해일이 바로 그것들이지요. 첫번째로 폭풍해일은 기상변화에 의해서 일어나는 해일로 주로 태풍이 발생할 때 일어나요. 다음으로 지진해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쓰나미의 예죠. 지진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아셨겠지만 지진해일은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일이에요. 마지막으로 조수해일은 달과 태양의 인력으로 발생한답니다. 거기에 지구자전의 원심력도 한목을 한다고 해요. 저희가 하이닝에서 본 해일이 바로 조수해일이죠.
한국에서는 이런 조수해일을 볼 수 없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하이닝에서만 조수해일이 발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에요. 첫번째로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돌다가 태양과 달이 지구의 양면에 이르는 시점이 오는데 그때 서로 잡아당기는 기조력이 가장 센 시점이래요. 이 인력작용으로 인해 높아진 파도가 강쪽으로 역류하는 현상이 조수해일이죠. 하지만 이 흔한 밀물과 썰물 작용이 뭐가 그리 신기하냐고 생각하실 거에요. 하이닝 조수해일은 단순한 밀물, 썰물 작용만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에요. 챈탕쨩(钱塘江)의 지형적 특징이 웅장한 조수해일을 완성시키지요. 챈탕쨩은 바다쪽은 넓고 수심이 깊은 반면, 안쪽은 좁고 수심도 얕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특성으로 인해 흐르는 물살과 밀어닥치는 밀물이 싸우면서 점차 물벽의 높이를 더해 가며 하천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요.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챈탕쨩 조수해일은 시속 40km이고 높을 때는 최고 약 9m까지 올라갔다고 해요. 단순한 밀물, 썰물 작용과는 천지 차이가 있지요? 이런 웅장한 자연현상은 아마존강을 포함한 세계 몇군데에서만 일어난다고 해요.
지금의 하이닝이라는 이름은 원(元)나라가 1327년에 바닷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은 뒤 하이닝주라고 불리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 조수해일을 관찰하는 풍습은 오래된 한(汉)나라 시대(B.C. 202~A.D 220) 부터 유행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2,000여년의 역사가 있는 셈이죠.
전세계에서 몇 안 되는 희귀한 자연현상을 보러가고 싶어서 자료를 찾아 조사하다보니 더욱더 궁금하게 생각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어요. 할아버지, 1억5000만킬로미터나 떨어진 태양과 40만킬로미터 떨어진 달에서 일어나는 중력의 현상이 낳은 결과물이 지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세요?
저희가 조수해일을 보러 갔을때는 음력 8월18일로 조수의 세기가 일년 중 가장 강한 날이에요. 입구에서부터 북적거리는 차들 사이를 빠져 나가 입장표를 사고 강쪽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담장 사이로 공짜 구경을 하려는 중국인들도 많이 보았어요. 세계적인 ‘천하기관(天下奇观)’을 기다리는 중국인들로 강둑은 인산인해를 이뤘어요. 텐트를 쳐놓고 먹거리를 먹고 있는 사람들, 가족들과 카드놀이로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고 있는 사람들, 먼길을 오느라 지쳐 쉬고 있는 사람들 등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은 다르지만 조수해일을 보겠다는 마음만은 하나같이 똑같은 사람들이었어요.
저희 가족도 시끌벅적한 둑에 앉아 쉬며 조수해일을 기다렸어요. 모자나 양산을 가져온 우리들과 달리 아빠만 뜨거운 햇빛을 가릴 수 없어서 우리는 생각끝에 아빠께 신문으로 멋진 고깔모자를 만들어 드렸지요. 모양은 우스웠지만 햇빛을 가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답니다. 지금도 아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만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수가 보였을땐 저 멀리서 촬영하고있던 헬기의 소리가 제 심장박동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만큼 들떠 있었어요. 비록 높지는 않지만 물 위로 3미터나 솟은 파도가 저희 앞을 지나갈 때는 흡사 말을 탄 수만명의 기병대가 돌진하는 모습을 보는것 같았답니다. 지금도 굉장한 소리와 함께 요동을치며 질주하는 파도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아마존강에서 일어나는 해일을 ‘포로로카’라고 부르는데 이는 푸티 인디언들의 말로 ‘포효’라는 뜻이라고 해요. 인디언들의 말이 정말 실감이 났어요.
학교에계실때도 과학에 관심이 많으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이것이 얼마나 신기한 우주의 법칙인지 단번에 알아차리셨을거라고 믿어요. 바다쪽으로 흘러가던 물이 역류하며 거꾸로 흐른다는 것은 눈으로 봐도봐도 신기하기만 해요. 중력의 끈이 부리는 마술같은 조수해일을 보러 내년 추석에 저와 같이 챈탕쨩으로 여행을 떠나요!
할아버지,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뵈요!
2012년 12월 15일
사랑하는 손자 근영 올림
[상하이에듀뉴스/양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