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적 있지만,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다. 기술, 엔터테인먼트(오락), 디자인 등은 우리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이어야 한다. 중국 비즈니스 성공의 3대 요소가 바로 'TED'이기도 하다. 오늘 그 중 'Entertainment'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주말, 아내를 흔들어 깨워 극장을 갔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다. '뽀로로'였다. '슈퍼 썰매 대 모험'이라는 제목이 붙은 어린이 만화 영화다. 어린 아이가 보는 영화를 왜? 아내는 귀찮다는 반응이다. 대학 다니는 아들 녀석들을 데려갈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자 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중국과 합작으로 만든 영화'라기에 관심이 간 것이다. 역시 영화 출발부터가 달랐다. 영화 소개 문구가 올라오는 중국어가 은막에 흐르기도 했다.
김종범, '뽀로로'를 키우고 있는 제작사 오콘(OCON)의 부사장이다. 이번 '슈퍼 썰매 대모험'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뽀로로'의 중국 진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3년 전부터 기획됐던 영화다. 뽀로로 나이 10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릴 때도 됐다. 중국은 그 첫 대상이었다. 마침 문화관광체육부에서도 한-중 문화산업 협력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었기에, 우리나라의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의 중국 진출이 논의 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중국을 겨냥한 상품이었던 것이다.”
캐릭터의 힘은 강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캐릭터업체인 ACG구룹이 제작비의 30%인 22억 원을 투자했고, 중국 최대 영화 배급업체인 차이나 필름이 참여했다. 내 제품, 내 서비스의 경쟁력만 있다면 중국 진출 기회는 열려있기 마련이다.
“국내 수입은 우리가 갖고, 중국 수입은 10%만 받기로 했다. 중국에서 대박이 난다면 우리나라 매출액보다 많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영화 그 너머에 있다. 영화가 흥행한다면 자연스럽게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생겨나게 된다. '뽀로로 파크'등을 만들어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 미키마우스가 한 일을 뽀로로가 못할 리 없지 않는가?”
일단 많이 보게 하고, 중국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퍼트리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라이선스 비즈니스는 무궁하다. 품목별로 수 백, 수 천 개로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의류 등에서 문의가 오고 있단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떼 돈을 벌 것으로 기대는 말자. 뽀로로의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같은 날 개봉된 중국 캐릭터 영화인 '시양양(喜羊羊)'시리즈에 비하면 크게 뒤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시양양은 수 년 동안 중국 어린이들이 TV 등을 통해 익숙했던 캐릭터다. 그에 비하면 뽀로로는 이제 처음 인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최고의 배급사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박수쳐줄 만하다.
"이제 시작이다. 서두를 이유도 없다. 우리 문화상품 뽀로로의 힘을 믿는다. 중국 소비자와 친해지는 그날까지 우리의 뽀보로는 계속 성장하고 있을 게다. "
김종범 부사장은 '不 慢 只 停!'을 얘기하고 있다.
기사 저작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