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의 상하이리포트]
"만만디? 콰이콰이!"
한국인들이 중국인에 대해 몇 가지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만만디(慢慢的)’라는 별명이다. ‘느릿느릿하다’는 의미로 만만디인데, 실상 그들이 느리게 일 처리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을 경우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자신의 이해가 결부된 일은 누구보다 급하고 빠르지만,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는 일은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섣불리 남의 일에 개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을 염려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중국인에게 ‘이해관계’를 만들어 주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센티브 제도나 성과급 제도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이다. 중국인은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중국인에게 적당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으면 그들은 매우 빠르게 움직여 줄 것이다. ‘만만디’가 아니라 ‘콰이콰이’로.
“히든 카드는 가슴속에 묻어라”
중국인은 자본주의에 매우 적합한 인성을 가지고 있다. 즉, 상술이 좋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는데 매우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협상에서 보통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에게 무조건 지게 되어있다. 성질 급한 한국인, 자신의 카드를 모두 까 뒤집어 놓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광고를 한다. 자기 패를 다 보여주고 이기길 바란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협상의 자리에서는 상대의 의향과 진짜 속마음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내가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가면 상대가 열리겠지’라는 천진한 생각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진솔하게 다가가기는 친구를 사귈 때 필요한 덕목이다.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군다나 이익에 집착하는 중국인들과의 협상에서는 내 패를 숨기고 상대의 패를 읽는 게 필요하다.
자신이 비즈니스를 할 때 내 패를 펼치고 있는지, 아니면 상대방의 패를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기 진단법이 있다. 1시간 회의 분량에서 내가 말한 시간의 점유율과 상대방이 말한 시간의 점유율을 비교하면 된다. 축구에서는 점유율이 높을수록 우세한 경기를 했다고 평가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점유율이 높을수록 내 패를 많이 까 보인 것이다.
처음 만나 나를 어필하고 내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아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점유율 계산법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많이 다가오게 만들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 유리한 계약이 가능해진다. 상대의 속 마음을 먼저 간파해야 한다.
“재계약, 만기를 놓쳐라”
아파트나 사무실 임대를 하면 으레 재계약 시기가 다가온다. 성질 급한 착한 한국인은 만기 전 수개월 전부터 주인에게 전화를 한다. 사실 요즘 임대료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비즈니스가 좋지 않으니 가급적 임대료를 적게 인상해주면 안되겠냐면서. 주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아주 진솔한 발언이다. 그러면 주인인 십중팔구, “사실 더 올려야 하는데 당신의 사정이 그러하다니 20%만 올리자”고 할 것이다.
똑 같은 상황에서, 정말 현지화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무작정 기다린다. 주인이 때가 되면 전화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만기가 지나서 아무 연락이 없어도, 전혀 당황함이 없어야 한다. 급한 건 주인이고, 돈 받을 사람이 주인이지 나는 돈을 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주인은 십중팔구 이렇게 얘기한다. “이제 만기가 되었고, 시장 가격도 올랐으니 좀 인상하면 어떻겠냐?” 이 때 당황하지 말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아 만기가 되었군요. 요즘 먹고 사는 게 팍팍해 만기가 되었는지도 몰랐네요. 지금 임대료도 내기가 벅차 더 작은 곳을 알아보려던 참이었는데…만약 인상을 한다면 더 있기는 어렵겠네요.”
“아 그래요? 그럼 얼마면 계속 있을 수 있나요?” 그 때 좋아하는 표를 내지 말고 덤덤하게 얘기한다. “현재 수준이면 어떻게든 있어보도록 노력할께요. 그리고 참, 수도관이 새던데…에어컨도 영 시원찮고요.”
“급하면 지는 거다”
중국에서는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급하면 지는 거다. 급하단 얘기는 내가 뭔가 아쉽고 상대에게 부탁을 해야 할 상황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담담하고 당당하기까지 하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중국인으로부터 느긋함을 배워야 한다. 골프장에서 한국인은 스윙 연습도 아끼고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급한 스윙을 한다. 골프장은 늘 만원이고, 뒤 조가 앞 조의 플레이를 늘 지켜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골프장은 어떠한가? 별의별 천태 만상이 많다. 혼자 치는 사람, 실수 했다고 두 번 치는 사람, 느릿느릿 여유 있게 움직이는 진정한 골프의 신들. 골프는 스트레스를 풀고 자연과 벗삼아 즐기려는 스포츠다. 서두르는 한국인과 느긋한 중국인 중 누가 진정한 골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