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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HADAI 디자이너 다이디戴娣

[2013-10-03, 23:11:08] 상하이저널
[Whu’s Interview 5th]
마흔 살 여인에게 보내는 선물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든 사람이 볼 수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맡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진에서 오사다이의 냄새가 나야 해요. 어떤 긍정적이고, 강하지 않지만 분명한 냄새 말이에요.”
 
다이디戴娣는 OSHADAI라는 의류, 홈데코 제품 브랜드를 꾸리는 디자이너다. 우리는 잡지 촬영 건으로 처음 만났다. 사람과 공간을 함께 찍는 기획에서 집 주방에 앉은 그녀를 찍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까? 대뜸 연락이 왔다. 새 카탈로그를 만들고 싶은데, 촬영해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여러 잡지의 사진사가 자신과 자신의 집을 찍어갔지만 내가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중산공원 근처 강변에 있는 그녀의 사무실에서 첫 번째 미팅을 가졌다.

 

 
 
 
 
 
자신이 입는 옷 안에 자기만의 비밀을 담는 사람

 “30~40대의 여자가 우리 고객층입니다. 3가지 고객층이 있을 텐데, 우선 첫 번째는 옷으로 과시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에게 비싼 옷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되지요. 두 번째 고객층은 옷을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층은 세 번째인데, 이들은 자신이 입는 옷 안에 자기만의 비밀을 담는 사람입니다.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옷의 작은 가치에 공감하고 비밀을 공유하는 거지요. 바로 이들이 오사다이의 고객층입니다.”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신선한 사진이란 

다이디가 내놓은 조건은 이런 것이다. 우선 두 가지 인쇄물을 만드는데, 하나는 이번 F/W시즌에 내보일 새 제품들을 담은 작은 책자,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오사다이의 브랜드 스타일을 보여줄 이미지 북이 필요하다. 두 가지 인쇄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조건은 우선 소장하고 싶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미지 북은 앞으로 3년 정도는 다시 만들 계획이 없으니 3년 동안 손님에게 내보여도 신선해야 한다고 했다. 작업에 필요한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받아 나왔다. 촬영 자체의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 광고 이미지 형식의 강하고 선명한 색깔이 필요 없으니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빛을 쓰면 될 일이다. 다른 부분의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는데,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가지고 싶어야 하고, 3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신선할 수 있는 사진은 어떤 것일까?
 
오래도록 되돌아보게 하는 사진이란 대부분 당사자의 기억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찍은 내 가족, 좋은 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 그와 함께 보았던 풍경, 그를 보내고 혼자 떠났던 날, 그날 나를 위로하던 저녁 같은 것들이다. 불특정 다수가 그들의 기억이라고 느낄 만한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마흔의 여인이 갖는 세계
 
또 하나의 숙제는 마흔의 여인이 가지고 있을 세계였다. 마흔이 넘은 다이디는 그 부분을 확실히 아는 듯했다.
 
“내 옷을 입을 마흔 살의 여자를 생각해 봅니다. 아마 일정 부분 고독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네요. 자신이 직접 사업하는 사람은 아닐 거고요. 그렇다고 생계의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스무 살 꽃다운 여인하고도 달라요. 살아온 많은 날 속에서 점점 자신의 세계가 분명해졌을 겁니다. 그때 고독이란 것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요. 어쨌든 나는 내 옷과 제품들이 그들의 세계와 공감하고, 또 그들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라요. 내 옷은 그들의 소울메이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이 옷을 입을 때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길 원해요. 내 손님들은 옷의 가격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왜 유명 브랜드도 아닌 오사다이 매장을 찾아올까요? 나는 그들이 대화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손님은 옷 한 벌을 구입하며 두 시간 넘게 매장에 있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이야기를 들려주죠. 오사다이의 옷과 소품 역시 그런 대화의 연장선에 있어야 합니다.”
 
다이디의 말은 때때로 허공 속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제시한 다양한 조건의 접점을 찾아야 했다. 나는 개방된 이미지를 답으로 내밀었다. 한 장의 사진 속에 열린 이야기를 두면 그 사진은 사방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고, 그때마다 새로운 이야기 속 한 장면으로 태어날 수 있다. 덧붙을 수 있고, 또 덧붙이고 싶은 단편영화 같은 사진이 답이 될 것이었다.
 
 
 
 
 
시작은 고향이었다
 
시작은 그녀의 고향이었다. 다이디는 자신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에 대해 말했는데, 그 마을이 자신에게 준 영감이 적지 않다고 했다.

“옛 마을인데 아주 옛 마을은 아니에요. 회색 벽돌로 지은 집들이 있고 그 사이에는 아주 맑지는 않은 작은 강이 흐른답니다. 그 강을 건너는 오래된 돌다리 위에서 이번 시즌의 코트를 찍고 싶어요.”
 
며칠 뒤 새벽 다섯 시에 만나 그녀의 고향으로 떠났다. 차는 장강을 건너 북쪽으로 갔다. 이번 작업에 참고가 될지 모른다며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Lana Del Rey의 음악을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난통南通시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닿는 곳, 如皋시가 그녀의 고향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풍경은 요즘 중국 곳곳에서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는 옛 마을과 다를 것 없다. 아직 좁은 골목길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다이디는 2살 때 친척이 있는 칭하이 성으로 가서 6살 때까지 살았다. 칭하이의 너른 풍경 또한 지금 그녀의 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곳의 생활은 야채를 먹기 어려운 조건이었고, 6살 때 잠시 루까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야채를 먹어치우는 그녀의 모습을 본 후, 부모님은 다시 그녀를 칭하이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곳에서 자란 후 우시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수저우에서 선생님으로 일했다. 대학 시절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프랑스인으로 브랜드 마케팅이 직업인데, 그래서 오사다이 운영의 많은 부분에 남편을 무보수 고문으로 활용한다.
 
이른 아침의 마을과 오전의 공원을 돌아다니며 작업에 어울릴 만한 이미지를 채집했다. 미술을 전공했던 다이디의 시선은 작은 카메라를 가지고서도 썩 훌륭한 이미지를 곧잘 만들어 냈다. 하루 동안 이런저런 곳을 다니며 촬영해야 할 내용과 구도, 어울리는 배경과 시간대를 정하고 상하이로 돌아왔다.
 
메인 촬영은 이틀 일정으로 잡았다. 하루는 그녀의 매장과 집,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필요한 컷들을 찍고 다음날은 다시 그녀의 고향 마을로 가서 미리 점찍어둔 자리에서 필요한 연출 컷들을 만들기로 했다. 새벽 7시 그녀의 신천지 매장에서 시작한 촬영은 저녁 8시 스튜디오에서 끝났고, 며칠 뒤에 다시 장비를 챙겨 그녀의 고향으로 향했다. 호수 옆 모래 언덕을 첫 번째 배경으로 선택해 두었는데 오후에 도착해 보니 바람이 많이 불었다.
 
먼지만큼 고운 모래는 장비 사이로 침투해서 조명도 카메라도 모래 소리로 버스럭거렸다. 그 모래바람 가득한 언덕에서 다이디는 자전거를 끌고 타고 오가야 했다. 모래를 날려댄 강한 바람 덕분에, 우리는 만족할 만한 이미지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다. 이틀째 촬영은 해뜨기 전 고요한 마을 풍경을 배경으로 삼을 작정이었기 때문에 새벽 5시부터 시작했다. 마을과 공원, 공장을 오가며 예정한 촬영을 모두 마치고 상하이로 돌아오니 밤늦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 얼마나 담아냈을까

두어 번의 보충 촬영과 몇 번의 미팅을 거친 후에 우선 첫 번째 2013F/W 컬렉션 책자가 나왔다. 얇은 접지 형태의 인쇄물이다. 표지는 고향 마을의 벌거벗은 나무 한 그루가 있고, 마지막에는 이번 시즌의 컨셉이기도 한 자전거가 들어가 있다. 책자 안에서 다이디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고개 숙여 사색하기도 한다. 스스로가 말했던 40세의 여인을 본인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진 한 장마다 현장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나는 이 사진들에 내 현장의 기억을 덧붙이는데,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억을 덧붙일 수 있을까? 덧붙이고 싶어하기는 할까? 나는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얼마나 담아낸 것일까?
 
OSHADAI는 상하이에 세 군데 매장이 있다.
马当路119号
莫干山路 50号 5号楼 201
虹桥路1438号 高岛屋百货04-08
www.oshadai.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작업 공간 Space Whu와 사진커뮤니티 fshanghai를 꾸리고 있다. www.spacewhu.net www.fshanghai.net
forgogh@gmail.com    [Mark Ban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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