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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선생 솥 안에 쓰레기가?

[2013-11-01, 23:44:40] 상하이저널
독립유적지 ‘복원’보다 ‘관리’ 중요
영상 메모리카드 도난 당한지 1년6개월째 방치

 
최근 역사의식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우리 자녀들의 역사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상하이 교민들은 중국 내 여타 지역에 비해 우리의 역사유적, 특히 독립유적지가 인근에 복원돼 있어 체험학습장으로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항저우시정부와 독립기념관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저우 기념관이 5년만에 새롭게 단장하고 재개관했다. 또 전장(镇江) 임시정부 사료진열관이 올해 5월 정식 개관했다. 자싱과 하이옌에는 김구 선생 피난처가 오래전 복원돼 관람객을 반기고 있다. 상하이 역시 마당루(马当路)의 임시정부, 홍커우공원의 ‘매헌’, 만국공묘 등도 귀한 역사교육 현장이다.

그러나 어렵게 복원된 독립유적지가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자싱(嘉兴) 메이완지에(梅湾街)의 김구 선생 피난처는 2007년 효성그룹의 지원으로 대대적인 보수관리가 시작된 곳이다. 작년부터는 무료입장이라고 설명하는 관리인은 본인이 정식 관리직원이 아니라며 안내한다.
 
그의 안내를 받아 전시실을 둘러보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주방, 솥 안을 열어보니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또 좁은 문틈에는 전시자료처럼 보이는 한글로 된 보드 몇 장이 바닥에 세워져 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문을 닫으며 가로막는다. 관리인이 거주하는 듯한 2층 통로에는 빨래가 널려 있어 관람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구선생이 거주했던 자싱 피난처 주방 솥안에 쓰레기만 가득하다.
김구선생이 거주했던 자싱피난처 주방 솥안에 쓰레기만 가득하다.
 
자싱피난처 한쪽에 관리직원이 거주하는 듯 빨래가 널려있어 미관을 해친다.
자싱피난처 한쪽에 관리직원이 거주하는 듯 빨래가 널려있어
미관을 해친다.
 

자싱에서 40여분 거리의 하이옌(海盐) 김구 선생 피난처의 관리 소홀도 심각하다. 1996년 복원된 이곳 전시관에는 5개의 모니터가 부착돼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메모리카드를 도난 당한지 1년 반째 방치된 상태다. 독립운동 관련 영상물이 나와야할 화면이 검정액자처럼 벽에 걸려있다.

이곳에서 8년째 근무중인 관리인 쑤메이쥐안(苏美娟)씨는 “1년 반 전 관람객이 5개 모두 훔쳐갔다. 메모리카드를 구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용물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므로 한국정부에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쑤 씨는 2008년 독립기념관 초청으로 6개월간 한국연수를 다녀와 한국어로 간단한 안내를 하고 있다. “1년 반 동안 한국 정부 관계자나 교민단체 등에서 다녀간 적이 없었냐”는 물음에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것 같다”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임시정부관련 영상 메모리칩이 도난당한지 1년반째 방치된채 모니터만 걸려있다.
임시정부관련 영상 메모리칩이 도난당한지 1년반째 방치된채
모니터만 걸려있다.
 

전시관 옆 짜이칭별장(载青别墅)에는 김구 선생의 이곳 생활을 보여주는 침실과 서재 등을 재연해 놓았다. 복원 후 한번도 교체된 적이 없다는 이불과 커튼은 먼지가 쌓인 듯 심하게 빛이 바래 있다. 당시 힘들었던 생활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남북호풍경구 내에 위치한 피난처는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다른 유적지에 비해 한국인 관람객이 드문 편이라 영상물이 상영되지 않은 것에 문제제기가 안됐던 것으로 짐작된다.
 
색이 바래 먼지 쌓인듯 지저분해 보이는 하이옌 피난처의 김구선생 침실
색이 바래 먼지 쌓인듯 지저분해 보이는 하이옌 피난처의 김구선생 침실
 

올해 정식 개관된 전장(镇江) 사료진열관도 전시내용에 아쉬움이 지적됐다. 전시물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심지어 오자까지 있다. 예를 들면 ‘찾을’을 ‘찿을’로 표기했거나, ‘고려인’을 ‘고려사람’으로, ‘머문 적’을 ‘머물은 적’으로…. 또 “임시정부는 항저우 등으로 ‘철거’하였고 전장으로 ‘전이’하였습니다”는 표현과, 지명표기 중 ‘大爸爸巷’을 ‘대빠빠항’으로 한글발음과 중국어발음을 섞어 번역하기도 했다. 항저우 임시정부 기념관은 안내문에 ‘좌회전’을 ‘좌외전’으로 써붙여 쓴웃음을 짓게 했다.
 
항저우 임시정부 기념관에 써붙인 안내문
항저우 임시정부 기념관에 써붙인 안내문
 

상하이총영사관 독립유적지 담당 영사는 “인근 독립유적지 관리는 기본적으로 중국정부에서 하고 있다”라며 “역사자료, 사료전시 등 정부 입장에서 검토할 부분이 있을 때 독립기념관, 보훈처,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한다. 또 운영에 문제점이 발생해 지원할 사안이 있으면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다.

김구 선생 피난처는 2006년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진핑 일행이 다녀갔을 만큼 한때 중국정부의 관심을 받았던 우리의 독립유적지다. 최근 관리소홀로 방치된 전시관들, 중국 정부에게 미루고 손놓고 있어야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독립유적지, ‘복원’, ‘새단장’보다 ‘관리’, ‘관심’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해본다.

▷고수미 기자
 
짜이칭 별장 입구에 쌓아둔 보수공사용 자제들
짜이칭 별장 입구에 쌓아둔 보수공사용 자제들
 
재개관 1년만에 물이 새서 보수공사 중인 항저운 임시정부 기념관
재개관 1년만에 물이 새서 보수공사 중인 항저운 임시정부 기념관
 
 

전체의견 수 2

  • 아이콘
    김진현 2013.11.04, 10:36:06
    수정 삭제

    기사 읽고 마음이 짠~ 해지는군요 ㅠㅠ

  • 아이콘
    아롱이 2013.11.06, 21:41:52
    수정 삭제

    욱한마음이 댓글 달게하네요. 영사관리 적극적으로 나서 역사를 잊지 않는 국가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주세요. 적극이라는 단어가 그리 어려운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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