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발전하면서 세상을 새롭게 움직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여럿 만들어졌지만, 세상에 절대선(绝对善)은 없다는 말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거래를 하던 중간 유통업체들은 꽤 머리가 아프다. 끄덕없을 것만 같던 내 파이가 어느 날 갑자기 공중분해된 격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해외직구가 서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제품이 한국에서는 얼마인지도 모르고 사는 것은 이제 옛말이고, 인터넷으로 가격 조회하고 외화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서 배송대행업체에게 물건 잘 검수해서 보내달라고 QC까지 맡기는 세상이 도래했다.
중국에서도 직구가 빠르게 늘면서 온라인쇼핑몰들이 직구사이트를 오픈하느라 여념이 없다. 중국의 해외 구매대행 거래는 2013년 744억 위안으로 2012년에 비해 54%나 늘었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해외 직접구매 플랫폼인 티몰글로벌(중국어로는 天猫国际)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몰글로벌에 입점하는 업체는 모두 국외업체들이고 국내에서 운영되는 티몰처럼 소비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위한 중국어 아리왕왕서비스를 갖춰야 한다. 해외신용카드가 아니라 즈푸바오로 결제가 가능한 것이 티몰글로벌의 가장 큰 장점이다.
구매결제창에 구매하려는 제품 가격이 환율로 계산되어 위안화로 환산되어 나타나며 이것을 즈푸바오로 결제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알리바바는 직구사이트를 열기 전부터 중소 구매대행업체를 위한 타오바오췐치우고우(淘宝全球购)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티몰글로벌이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보이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이 사이트의 등장으로 타오바오췐치우고우가 가장 난감하게 생겼다.
두 개의 태양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업종이 인터넷 업계이다보니 둘 중 하나가 정리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게다가 이 둘은 알리바바 글로벌 B2C사업부 소속으로 한 사업부에서 캐릭터 겹치는 두 사업모델이 동침하는 격이니 알리바바의 비즈니스 조율능력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알리바바 이외에도 중국에는 하이타오청(海淘城), 메이궈고우우왕(美国购物网), 양마토우(洋吗头) 같은 해외구매대행 사이트가 있고 쑤닝(苏宁)이 인수한 훙하이즈(红孩子) 역시 해외E구매서비스를 오픈해 해외 육아용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티몰글로벌이 운영을 시작한지 한 달 남짓 지났다.
그간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 타이완, 홍콩 등지의 140여 개사가 티몰글로벌에 입점했고 디올, 루이비통, 프라다, 안나수이, 카렌밀렌, NYR가 입점했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의 입점이 눈길을 끌지만 알리바바의 명성을 놓고 볼 때 140개사라는 입점 실적은 예상을 훨씬 밑돈다.
중국에 진출한 업체로서는 기존 거래상들과의 관계가 걸릴 것이고, 미진출 업체로서는 지금 무턱대고 직구사이트에 입점했다가 나중에 본격적으로 중국에 유통망을 꾸리게 되면 가격이나 제품 포지셔닝에 영향을 받을까봐 고민이 많을 것이다.
‘별그대’로 홍췐루는 명동이나 인사동을 옮겨온 것처럼 변했고 한국제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우리 글자가 써 있는 제품이 아니라 한국에서 고스란히 만들어져 중국으로 배송된 제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다가온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시트립 사이트에 접속하고 무척 놀랐다. 중국어를 몰라도 시트립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한국어 버전을 완벽하게 서비스할 뿐만 아니라 여행상품 외에도 서울에 대한 전체 가이드부터 먹거리, 쇼핑가 등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보까지 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자기 플랫폼으로 여행객을 끌어들이려는 밑밥일 것이다. 한국산 소비재가 최대 호기를 맞은 우리는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유통을 위협하는 이 시기에 기회를 잡기 위해 그간 밑밥을 얼마나 깔아놨는지 같이 고민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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