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신세 갚고파"
지난 21일 낮 낡은 점퍼 차림에 40대로 보이는 한 재중동포 남성이 요녕성 심양한국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사전에 아무 연락 없이 찾아온 이 남성은 교민 담당 영사를 만나 자신을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에 사는 조선족 박 씨"라고 소개한 뒤 "뜻있게 써달라"며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건네고는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현지 일반 노동자의 한 달 급여에 해당하는 인민폐 3천 위안(약 50만원)과 돈을 보내는 사연이 담긴 짤막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박 씨는 편지에 "일하러 갔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 TV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부디 사고를 당한 탑승객, 특히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한다"고 적었다.
그는 "몇 년 전 본인의 동생이 한국에서 일하다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안산시 단원구의 한 병원에서 2년간 치료한 적이 있다"면서 "그때 고국의 여러분으로부터 정성 어린 관심과 도움을 받아 큰 신세를 졌는데 이번 사고 수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작은 성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를 당한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안산시는 한국에 일하러 간 재중동포들이 대거 정착하면서 국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박 씨는 "사망자 가족께 심심한 애도를 드린다"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희망을 가집시다. 기적은 꼭 일어날 것입니다"라고 위로했다.
선양 총영사관 관계자는 "룽징에서 선양까지 기차로 꼬박 15시간 거리인데 본인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보이는 박 씨가 생업을 뒤로한 채 성금을 맡기러 직접 찾아와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현지 한인회 등이 모금할 예정인 성금과 함께 본국으로 보내 의미 있게 쓰겠다"고 말했다.
<편지전문>
저는 연변 용정에서 살고있는 조선족 동포입니다. 일하러 갔다가 저녘에 집에 와서 한국 텔레비를 켜니 놀랍게도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사망자 가족에게 심심한 애도를 드립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동정과 격려와 련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집시다. 꼭 기적은 일어날것입니다! 구조자 전원들께 응원의 메세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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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마음에 감동받았습니다. 고국의 엄청난 일에 눈물이 마를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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