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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졸업 사진

[2016-07-04, 17:48:39] 상하이저널

중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초등 과정이 5년인 중국에서 막내가 5학년을 마치고 졸업을 했다. 사립학교에 자녀가 하나인 상하이 엄마들이 대다수인지라 평소에도 반 대표격인 엄마를 중심으로 수업 중 필요한 교구나 교재를 공동 구매 하거나 휴일이면 번개모임처럼 위챗을 통해 갑자기 아이들 놀이 일정이 잡히기 일수였다. 뿐이랴 여행도 왜 그리 잦은지. 그래도 뤼순 생가 방문을 위한 샤오싱(绍兴) 여행은 마침 중국 친구 엄마가 흔쾌히 함께 해 줘서 보낼 수 있는데 상하이 엄마들 속도에 맞추려면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졸업이 다가오며 근 2-3개월 동안 졸업 사진이 화두였다. 하루에도 50~60개 가까이 문자가 오고 가기에 문자를 놓치기가 일쑤다. 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졸업 사진을 찍는다기에 그런 줄 알았다. 샤오싱 여행에서도 졸업 앨범에 넣을 사진을 찍는다기에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졸업 사진을 다 찍은 줄 알았다. 열심인 상하이 엄마들은 단오절 휴일에 졸업 사진을 예고했다. 그것도 상하이 랜드마크에서 꼭 찍어야 하기에 와이탄에서 찍어야 한단다. 단오절에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이른 아침 6시에 집합, 사진 촬영을 시작한단다. 의상도 드레스와 함께 세 벌을 준비하란다. 그 열심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막내와 여러 날 의논했다. 일기예보에도 그 날 번개와 뇌성이 표시되어 있는데다 차편도 여의치 않아 고민이 되었다. 막내도 이미 졸업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또 가냐?는 반응이다. 마침 반 친구 서너 명이 불참 의사를 표해 주었다. 완곡하게 막내가 감기 기운이 있다 하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며칠 전 졸업식을 하고 졸업 앨범을 받아 들었다. 극성 맞아 보였던 반 엄마들의 정성과 사랑, 수고가 가득 담긴 앨범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나와 같이 소극적인 엄마도 있었는데 참으로 그들의 수고가 놀랍다.

 

우연히 신문에서 올 해 눈에 띄는 졸업 사진 기사를 보았다. 졸업 의상을 입고 놀이기구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운동장에 이니셜을 만들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드론까지 동원해 사진을 찍는 기발하고도 열성적인 졸업 사진들을 보며 중국 사람들은 기념 사진 남기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평소에 남을 의식하지 않는 옷차림, 행동을 오랫동안 봐 온 터라 졸업을 그리 특별하게 여기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들에게 졸업사진이 그렇게 의미가 깊은 줄 정말 몰랐다.

 

새삼 중국을, 중국 사람을 이해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나와 다른 생각으로 흘러갈 때면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날 보게 된다. 그들 입장에서는 중국어를 배우라고 아이를 중국 학교에 보낸 외국 엄마의 이런 마음이 또 얼마나 불편할까? 싶다. 적극적이면 좋으련만 소극적이라 맘에 차지 않을 듯 하다. 오늘도 여전히 위쳇에서는 중학과정에 진입하는 아이들의 교과서 구매와 교복 구매 이야기로 50-60여 개의 메시지가 오고 갔다. 동문서답 하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읽는다. 할 수만 있다면, 수고하는 이들을 위해 답을 주고, 의견을 표현해 본다. 낯선 이방인의 불편함을 보듬어 앨범 속에 아름다운 아이의 찰나를 찍어 기억하게 해 준 수고에 감사하며….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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