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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환상의 기록자’ 배수아 소설가 & 번역가

[2016-08-12, 14:09:50] 상하이저널

"'번역'의 무수한 해석, 결국 '창작'의 단초"
‘환상의 기록자’ 배수아 소설가 & 번역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가 상하이 교민독자들에게도 화제였다. 세계적인 문학상에서 소설가와 번역가가 함께 수상하면서 창작과 번역이 같은 값이 매겨지는 것이 생소했다. 번역가의 세계에 새삼 주목하게 됐고,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다음 작품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다음 작품으로 배수아의 소설을 선택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배수아 작가, 상하이저널과 함께하는 ‘책읽는 상하이 24강’ 주인공이다.


번역가로 유명세를 떨친 그녀의 소설이 번역되는 일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것도 무려 세 작품이 연달아 영어로 옮겨진다. 올해 10월 <에세이스트의 책상>, 내년 <서울의 낮은 언덕>, 이어 2018년 <올빼미의 없음>이 영어번역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사실, 많은 독자들이 ‘소설가’ 배수아를 ‘번역가’로 먼저 만났다고 한다. 번역가로 유명세를 떨쳤던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가 한몫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번역가 배수아는 원작의 문장과 자신의 문장이 조화로운 파장을 타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를 즐기는 작가다. 소설을 병행하는 그녀는 번역과정의 무수한 해석이 창작의 단초를 제공한다며 “결국 문학을 만드는 것은 문학”이라는 것이다. ‘환상의 기록자’ 배수아의 언어의 안과 밖을 만나보자.


소설과 번역 두 분야 모두 배수아 작가만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소설과 번역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즐겨 읽었지만 직업 소설가가 되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글을 써본적도 없었구요. 문학은 “즐거움을 위해 취미로 읽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죠. 90년대 초 워드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머리에 떠오른 픽션을 컴퓨터에 바로 입력한 것이 저의 첫 번째 단편소설이었습니다. 그것을 어느 문학잡지에 보냈더니 실어주더군요. 그래서 그것이 저의 데뷔작이 되었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작가가 된 셈이죠. 제가 문학과 작가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건 그러므로 데뷔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8년정도 소설가로 살다가 2001년에서 2002년 사이 독일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그때 독일어를 배웠어요. 독일어로 책을 읽고 싶어서였죠. 더 잘 읽기위해서, 공부를 병행하는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책을 번역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본격적인 문학 작품을 번역할 수 있게 된 건 2008년 출간한 마르틴 발저의 소설 <불안의 꽃>부터였습니다. 이후로는 번역과 창작을 병행하고 있어요.
 
소설과 번역,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저는 번역을 하면서 원작의 문장과 저의 문장이 조화로운 파장을 타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걸 즐겨요. 그런 작품을 발견하고 선택해서 번역할수 있는건 번역가로서 큰 기쁨입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작품일 경우, 단순 노동에 시달리는 느낌이 들고 결과도 크게 만족스럽지 못해요. 번역은 사전적인 해석을 끌어내는 일인데, 사실 번역가의 안에서는 하나의 문장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무수한 해석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사전을 탈피한, 사전으로부터 독립적인, 때로는 의도적인 오역인 그 무수한 해석이 창작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해요. 소설가로서 저는 그런 ‘사이드 효과’를 즐깁니다. 번역의 의지없이 단순한 독서만으로는 얻기 힘든 경험이니까요. 그런점에서 결국 문학을 만드는 것은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배수아 작가답다’는 작품으로 <북쪽 거실>을 소개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북쪽 거실>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입니다. 단순히 애정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특별한 소설. 하나하나의 문장이 모두 저의 지문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할때는 이 작품을 추천한 적은 거의 없어요. 어렵고 재미없다는 악평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고, 제가 보기에 그 안에 작가의 자아가 과도하게 실려있기 때문일거예요. 소설가의 자아를 읽고 싶어하는 소설 독자는 없으니까요.


저는 그 소설을 온전히 저를 위해서 썼습니다. 사실은 그 책 앞에 “나에게 바친다” 라고 헌사를 붙여야 했을지도 몰라요. 이건 내 책이니까 아무도 읽지 마! 하구요. 하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공공연한 행동을 할 만큼 용기가 없었어요.


소설가로서 단 한번은, 나만을 위해서 책을 써 보고 싶었죠. 사실 그건 소설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시 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일이었죠. 그래서 가장 사랑하지만, 누구에게도 권하기 어려운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번역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를 만났을 때 어땠나요?


제가 어디서나 번역 이야기를 많이 해서, 제가 유명 번역가가 아닐까 오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의 번역서들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은 하나도 없어요. 그나마 약간의 인지도를 얻은 것이 카프카의 <꿈>과 페소아의 <불안의 서>입니다. 카프카는 워낙 유명 작가이니 기본 독자들이 있고, 또 <불안의 서>도 세계적인 작가들이 책에서 자주 언급을 하는 바람에 한국어로 번역되기 이전부터 영문판 등으로 미리 접하고 기다려온 독자들이 있는 작품이죠. 


이 작품은 독일어로 처음 접했는데, 원작이 포르투갈어니 제가 번역할 기회가 있을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중역을 하고 싶다면서 저에게 번역을 부탁했어요. 저는 이미 다른 작품을 (눈먼 부엉이) 중역한 경험이 있고, 중역을 거부하는 편은 아니라서 승낙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작업을 하던 중에, 다른 출판사에서 포어 직역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조금 갈등이 생겼어요. 직역과 중역이 동시에 나온다면 중역출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제가 하던 작업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출판사(봄날의 책)에서는 생각이 달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간을 하겠다고 결정하시더군요. 그래서 책이 나오게된 것이죠. 

 

번역작품 선택의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원작의 문장을 읽으면서 이것에 내 문장의 파장과 서로 호응할 것인가, 서로 방해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이런 조건을 전제로 할 때 지금까지 제가 가장 기쁘게 번역한 작가들은 독일 작가 제발트와 예니 에르펜벡,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 그리고 중역이지만 페소아의 <불안의 서>와 앞으로 번역할 예정인 브라질 작가 클라리스 레스펙토르가 있습니다.

 

고수미 기자

 

[책읽는 상하이 24강]
배수아 소설가&번역가
환상의 기록자: 배수아 언어의 안과 밖


일시: 8월 20일(토) 오후 7시
장소: 윤아르떼(宜山路2016号合川大厦3楼(허촨루역 1번출구))
문의: 021)6208-9002
참여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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