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야생동물원에서 관광객 두명이 호랑이의 습격을 받은 사건과 관련, 피해자 가족이 동물원측을 '구조 지연'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고 26일 베이징신보(北京晨报)가 보도했다.
지난 7월 23일 베이징빠다링야생동물원(北京八达岭野生动物园)에서 호랑이가 관광객 두명을 습격, 한명이 죽고 한명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공원측이 전한 사건 경위는 이렇다. 사건 당일 32세의 여성 자오(赵) 씨는 남편과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야생동물원 구경에 나섰다. 남편이 운전한 승용차는 호랑이 구역 근처에 와서 멈춰섰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자오씨가 갑자기 차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주변에 있던 공원 차량이 빨리 차안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자리에 한참동안 머물러있었고 10여미터 밖에 있던 호랑이가 갑자기 달려와 그녀를 물고 달아났다.
그녀의 남편은 차에서 내려서 쫓다가 이내 차안으로 돌아왔고 뒷좌석에 타고있던 그녀의 어머니가 호랑이를 쫓아나갔다. 자오 씨의 어머니는 딸을 물고 있는 호랑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가격하다가 다른 호랑이한테 등을 물렸으며 뒤이어 또다른 호랑이가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를 물어버려 현장에서 숨졌다.
자오 씨도 얼굴, 몸 전체에 끔찍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사건 조사 전담팀은 피해자가 사전에 야생동물원 관광에서 금해야할 행위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각서에 서명까지 했으며, 사고 직전 차안으로 돌아가라고 수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다가 변을 당했기 때문에 공원측은 '안전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사회적 여론은 피해를 입은 그녀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사고를 친 호랑이를 사살하거나 평생 감금할 수 있다는 소문에 네티즌들이 '호랑이가 무슨 죄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손바닥으로 호랑이를 때릴때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머니라서 위대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피해자 가족들은 변호사 6명을 고용해 공원측에 배상책임을 물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사건 후 한달동안 폐쇄됐던 동물원은 지난 8월 25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자가용으로 맹수 구역까지 관광할 수 있던 프로그램은 취소됐다.
박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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