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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매혈’로 집단 C형간염 발발한 '죽음의 마을'

[2016-11-21, 16:15:41]

과거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 오던 시골 마을 사람들이 집단으로 C형 간염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

 

왕칸랑(王侃良) 씨는 아내와 같이 3년 전부터 간경화를 앓고 있다. 그는 산시성(陕西省) 상뤄시(商洛市) 상저우구(商州区)의 한 외진 농촌마을 난완촌(南湾村)에 살고 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간경화로 악화됐다. 부부는 이미 본인들이 묻힐 묏자리 준비를 마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곳은 가난해 그 당시(70~80년대) 많은 사람들이 시안, 간쑤 등지로 피를 팔러 나갔다”면서 “당시 무리를 지어 매 주 피를 팔러 나갔는데, 1인당 300ml의 피를 팔아 36위안(6200원)을 벌어왔다”고 전했다. 일부 농민들은 매혈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마을 루수샤(卢淑侠,57)씨 역시 C형 간염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5년 전 그녀의 남편도 C형 간염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약물 치료로 버티고 있다. 부부는 전신무기력증과 간 통증으로 더 이상 농사일을 할 수 없다.

 

루수창(罗书强) 씨는 부친과 4형제 모두 C형 간염을 앓고 있다.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던 가족은 치료비로 가산을 탕진하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화상보(华商报)가 최근 취재한 산시성(陕西省) 상뤄시(商洛市) 상저우구(商州区)의 농촌마을 난완촌(南湾村)에는 수많은 마을사람들이 C형 간염에 걸려 고통을 받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치료비가 없어 각혈 끝에 숨을 거두기도 했고, 일부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공식 조사에 따르면, 이곳의 집단 C형 간염은 70~80년대 ‘집단 매혈’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궈잉(郭瑛) 따징진(大荆镇) 위생원 원장은 “과거 위생기술 조건이 열악했고, 헌혈 시 C형 간염을 파악하지 못한 채 헌혈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즉 C형 간염자가 사용했던 주사 바늘을 다른 사람에게 재사용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70~80년대 가난한 시절 이곳 마을에서는 신체 건강한 사람들은 모두 시안, 간쑤 등지로 피를 팔러 나갔다. 특히 1975년~1985년 사이에는 유상헌혈 지역이 확대되고, 빈도수도 잦아졌고, 전혈 헌혈과 혈장 헌혈도 횡행했다.

 

1995년 이전까지 중국 곳곳에는 ‘유상매혈’이 공공연하게 시행되었다. 가난한 하층민의 피를 사들여 제약회사에 되파는 ‘피장사’를 해왔다. 하지만 당시 매혈 과정에서 오염된 주사바늘을 사용하면서 에이즈, 매독, C형 간염 등의 질병이 전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에는 중국 허난성과 허베이성에서 매혈 과정에서 수십만 명이 에이즈에 집단으로 감염된 사실이 밝혀져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과거 생계 유지를 위해 피를 팔았던 하층민들은 ‘에이즈’ 혹은 ‘C형 간염’으로 ‘피 같은 돈’을 모두 잃고, 생명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1995년부터 중국에서는 매혈 행위가 공식 금지되었다. 

 

중국 유명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에서 주인공은 “피를 팔아야지. 식구들 맛있는 밥 한 끼 먹게 해줘야지”라고 말한다. 인생의 모든 위기를 자신의 피를 판 돈으로 해결한다. 작가 위화는 “매혈은 중국에서 벌써 반세기 동안 존재했다”고 밝힌다.

 

중국의 고도 성장 이면에 감추어진 시대적 병폐가 평범했던 마을을 ‘죽음의 마을’로 몰아가고 있다.

 

이종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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