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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여름여행

[2017-08-04, 09:50:25]

이번 여름여행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아들, 그곳에서 태어나 모양만 한국인일거라 생각한 두 자매, 중국에서 유학중인 남여학생, 그리고 친구와 우리 부부 이렇게 8명이 함께 떠났다. 매년 여름과 겨울 떠나는 여행 이번엔 가까운 동남아로 갈까? 생각했던 남편의 계획은 다섯 아이들 모두 중국의 수도와 백두산 등반이 마치 상하이에 오면 임시정부 방문이 필수처럼 가듯이 자연스럽게 그곳을 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좁혀졌다. 아이들에겐 역사적으로나 의미 있는 여행이 분명 하겠지만 난 다른 때만큼 여행의 설렘은 없었다. 베이징은 이미 몇 번을 다녀왔고 가는 곳 마다 얼마나 많이 걸어야 하는지 익히 아는 터에 지레 겁부터 났다.

 


역사여행 ‘베이징’


상하이역에서 기차를 타고 타이위엔(太原)의 핑야오고성(平遥古城), 다통(大同)의 윈펑석굴(云冈石窟)과 현공사(悬空寺)를 거쳐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등 베이징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아이들은 감탄을 하고 카메라에 정신 없이 담고 틈만 나면 펜으로 스케치하곤 했다. 제일 막내인 6학년 아이가 만리장성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말을 할 땐 남편이 처음 그곳에 가서 가슴이 뛰었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아이들을 위해서 이곳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단동 압록강 철교


우리는 백두산을 가는 길에 먼저 단동으로 이동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이 마주 하고 있는데 고층건물이 쭉쭉 뻗어있는 중국과 아직도 빨간 구호가 늘어져 있는 그곳과 너무나 대조가 되니 문득 서글픈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그곳에서 바라보는 그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라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배를 타고 압록강을 가로지르며 끊어진 철교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린 모두 말이 없었다.

 

천지의 아쉬움 ‘백두산’ 등정


다음날 백두산 등정. 우리의 간절한 바램과 달리 날씨가 안개로 가득했다. 준비해간 오리털 파카를 입고 우리는 등정을 했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란 키 작은 온갖 들꽃들이 형형색색으로 두 눈을 간지르고 수줍은 듯 살짝 핀 모습들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자욱한 안개로 모두 촉촉하게 젖어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천지는 볼 수가 없어 많이 아쉬웠지만 함께 중국과의 경계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들과 다른 감회가 있음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학생들과 역사여행은 마쳤다.

 

초원과 붉은 노을 ‘내몽고’ 4박 5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선양으로 와 친구와 아들, 두 자매는 상하이로 복귀하고 우린 내몽고(内蒙古) 후룬베이얼(呼伦贝尔)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상하이에서 오신 지인과 만나 4박5일 차를 렌트해 초원여행을 했다. 우린 아직 옛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그 곳 야시장에서 그들과 휩쓸려 춤추고 웃었고 인허(恩和)와 헤산토우(黑山头) 가는 끝없는 초원은 어디나 습지와 초록이 풍성하니 양떼 소떼 말 떼들과 어우러져 광활함이 풍요롭게 느껴졌다.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이 그려내는 갖가지 모양의 구름, 코끝을 간지르는 풀내음, 그리고 석양의 붉은 노을과 밤하늘 쏟아지는 별은 도시에서 지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흥을 주었다.


광활한 초원에서 말을 달리고 아이들은 그곳의 전통의상을 입고 활을 쏘는 경험도 했다. 우리는 나이를 잊고 아이들과 공중부양 연출을 하고 신발 날리기 시합을 하고 초원길에 두 다리 쭉 뻗고 시원한 웃음을 웃으며 즐거웠다. 차를 타고 달리며 도로 공사를 하는 것을 보며 이제 개발이 되면 이런 순수함이 많이 사라질 거란 말을 하면서 이 여행이 어쩌면 막차란 말이 이렇게 기분 좋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러시아인 정착촌 ‘满洲里’


초원여행 마지막날, 초원과 자작나무 숲을 지나 도착한 만저우리(满洲里), 스탈린 시절 귀족들이 핍박을 피해 망명해와 러시아인들의 정착촌으로 도시는 러시아풍의 건물과 인형으로 꾸며져 있고 특히나 건물과 어우러진 야경은 화려함이 배가 되었다.


전반의 여행은 아이들과 학습적인(?) 여행 이었다면 후반의 여행은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함께한 지인의 연배가 위였고 살짝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나이를 잊은 듯 함께 크게 웃고 뛰고 기쁨을 표현하는데 자연스럽게 모두가 섞여 있었다. 내일이면 상하이로 돌아가시는 지인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생의 선배에게 들을 수 있는 소소한 지혜들을 듣고 깨닫는 또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731부대의 아픔 ‘하얼빈’


다음날 지인은 떠나고 우린 마지막 여행지 하얼빈(哈尔滨)으로 향했다. 하얼빈공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우리에게 "멀미하니?" 묻는다. 우리가 "아니"라고 함과 동시에 차는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시속 160킬로 정신 없이 혼을 빼앗긴 듯 중앙대가(中央大街)에 도착하니 100위안 미만이면 될 요금이 230위안이 나왔다. 무엇에 홀린 듯 지불하고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송화강 주변을 걸었는데 하얼빈 여자들은 미인이라고 늘 남편은 말하곤 해서 주위를 둘러봐도 거리의 여자들은 대부분 뚱뚱하니 예쁜 여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731부대 전리관에 갔는데 일제의 만행과 악행의 전적들을 보니 몇 년 전 캄보디아 킬링필드에서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인류에게 평화는 없는 걸까? 성 소피아 성당 앞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곳에서만큼은 사람들의 얼굴이 평화로워 보인다. 상하이는 연일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로 힘들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우리는 럭셔리한 기차 루완워(软卧)를 타고 24시간후 찜통 같은 더위가 기다리고 있는 상하이에 입성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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