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매력 1, 2
브루노 베텔하임 | 시공주니어 | 1998-06-20
원제 The Uses of Enchantment
이 책은 심리학자이자 정서장애 치료자인 브루노 베텔하임이 ‘옛이야기(명작동화)’가 아동의 성장과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총 2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1권은 동서양의 다양한 옛이야기들을 정신분석학 이론에 기초해 분석했고, 2권은 대표적 명작동화 6개를 보다 심층적으로, 특히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性’에 초점을 맞춰 기술했다.
왜 아이들은 옛이야기에 그토록 매료되는 것일까? 이 책은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옛이야기는 우화처럼 교훈적이지도 창작동화같이 의식적이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단지 인간 내면의 억압된 본능, 즉 보편적 무의식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이 혼란스럽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양가적 감정, 자기 가치에 대한 불확신, 분리와 죽음에 대한 공포, 공격적이고 파괴적 욕구 등……. 더구나 불쑥불쑥 올라오는 무의식적 감정들을 통제할 수 있는 ‘ego(자아)’가 미성숙하기 때문에 쉽게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옛이야기들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해주며 파괴적 공격성을 마녀, 괴물로 외부화시켜 맘껏 표출하게 하고 대리충족 시킴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찾게 해준다.
둘째, 옛이야기는 어떻게 해야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안내한다. 부모로부터의 독립(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백설공주), 자신의 나약함(세 개의 깃털, 오누이), 성적 욕구(빨간 모자, 잭과 콩나무) 등 심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 품에서 안주하지 말고 세상 밖 모험과 도전을 통해 시련을 극복해내야 비로소 성숙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암시해준다.
셋째, 옛이야기는 선과 악, 본능과 초자아(도덕과 양심)의 통합을 통해 인격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선악은 인간의 양면성이며 내 안의 악한 마음도 죄책감 없이 수용하되 충동적 쾌락적 삶보다는 성실한 삶을 살아야 미래에 어려움을 극복(아기 돼지삼형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마지막으로 옛이야기는 ‘해피엔딩’이어야만 한다. 지난 책 소개에서 우리는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듯 부질없는 희망과 실존의 위기를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자아를 가지고 있으나,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 확신(미운 오리새끼, 신데렐라)이 있어야 내면의 혼란을 이겨내고 자아를 건강하게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심리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무의식적 판타지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리치료과정에서 영리한 아이들일수록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놀라울 정도로 은유화시켜 치료자와 함께 그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고 공감받고 지지받고 싶어 한다. 복잡한 내면이 정돈되어가면 아이의 이야기도 결말을 맺고 치료가 종결된다. 이 무렵 엄마로부터 ‘아이가 짜증을 덜 내요’, ‘친구와 덜 싸우네요’, ‘숙제도 하네요.’ 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의 마법과 환상의 세계를 인정해주고 따라가 주는 것은 상당한 치료적 힘을 발휘하게 하고 현실적응을 도울 수 있다.
이선미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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