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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도시 읽기- 술집 Ⅳ: KTV, 他者化에 대한 모순

[2006-10-31, 01:03:04] 상하이저널
1900년대 초 영국의 어느 사회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8대 도시 중, 인구 비례 당 가장 많은 매춘녀 혹은 기녀가 있는 도시는 여타의 서구 도시들을 제치고 단연코 상하이로 집계 되었다고 한다.

실제 당시 상하이는 137명 주민당 1명꼴로 기녀였는데, 이는 서구에서 가장 많은 공창이 존재했던 시카고의 437명당 1명보다 세 배나 많은 비율이었다. 만약 여기에 조사를 하지 않았던 사기(私妓)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날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사회학자 궈한이(郭咸一)는 자신의 저서 '중국부녀문제'에서 "1935년 상하이 거주 여성의 21명 중 한 명이 기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의 암울한 시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많은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중국의 성문화는 고대 시대부터 긍정적인 양생술로 여겨 왔다.

그래서인지, 이미 은 (B.C 1783 - B.C 1122) 나라 때부터 매춘이 존재, 매춘 분야 세계 최초라는 명예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소위 우리나라에서 기생이라고 일컫는 기녀의 기원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이며 그것을 제도화 한 것도 역시 중국이다.

한나라 무제(기원전 56년) 때 군인의 위안부로 국가에서 관기를 고용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리고 당나라 때에는 페르시아인들이나 인도인들까지 당나라의 수도 장안으로 들어와 기녀 직에 종사하였다 하니, 이미 고대 때부터 중국 기녀문화는 가히 국제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당나라의 시인 이백의 시중에도 그런 서역의 기녀, 호희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 있기까지도 하다. "오랑캐 처녀들의 꽃다운 얼굴/술을 팔며 봄바람을 비웃는다/봄바람을 비웃으며 비단 치마입고 춤추네/그대는 취하지 않았는데 어찌 돌아가려 하는가."

현재 2006년, 상하이의 시내 어느 곳에서라도 KTV라고 간판이 내 걸린 곳을 아주 손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이는 1960년대 일본식 노래주점이 대만으로 보급되었고 그리고 중국본토의 개방물결을 타고 대륙으로 건너온 것이 현재 중국 KTV의 대략적 유래이다.

그리고 다시 1976년 일본에서 발명된 노래방기계의 대량 보급으로 인해, 한 층 더 산업화 된,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 하기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상하이에 있는 고급 KTV는 거의가 대만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970년대 초 키신저 외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에도 매춘부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가 "물론이죠. 중국의 대만 지역에는 있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하이의 고급 KTV 문화는 그런 대만인들에 의해 발전 되고 양성 되고 있으니 아니러니 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필자가 아는 지인 한 분이 중국 고위당간부를 만나 사석에서 기생집에 대해 물었을 때 그 당간부는 단호하게 "중국에는 그런 곳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니, 예나 지금이나 항상 '기녀'라는 존재는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는 가보다. 그래서 기녀들의 일상 문화는 당 시대 사회구조의 모순을 가장 잘 드러내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런 탓인지, 아마 상하이의 KTV 문화만큼 중국 사회이념과 사회구조의 모순을 여실히 잘 드러내는 곳이 없을 것이다. 양성평등을 외치는 이념과 실제의 모순, 농촌에서 대도시로 몰려드는 부녀자의 노동가치와 도 농간의 격차, 계급투쟁이념과 '지위의식'의 모호한 경계성 등등, 평등과 노동의 가치를 내세운 중국이라는 사회이념 속에 새로운 '지위의식'라는 근대적 계층의식이 상하이의 KTV의 노래자락에서 서서히 생산 되고 있는 징후를 발견 할 수도 있는 것도 같다.

이른바 신흥자본가 계급의 등장과 함께 `지위의식'이라는 새로운 계층의식의 생성과 함께 여기 저기 사회전반에서 원론적인 사회주의 이념과 구조 그리고 실제적인 사회현상에 대한 모순이 극심하다.

그래서인지 유독 한국 분들이 중국 KTV를 방문하면 으레 그 수준과 서비스 가치에 대해 불평이 많은 것을 종종 보았다. 심지어는 술잔을 깨거나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니, 그것은 아마도 우리사회가 만연해 있는 지위와 계층의식의 모순을 여기 KTV를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듯하다.

다시 말해, 내 스스로가 가진 모순, 혹은 내가 속한 사회가 가진 모순의식을 이 중국 땅의 KTV라는 장소를 통해 나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확실히 예나 지금이나 그러한 술집이란 것이 그 모순과 그 사회구조의 불합리성을 잘 반영하는 곳임에는 틀림없는가 보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촛불이 꺼진다면 그것이 촛불 때문일까요? 바람 때문일까요?"라는 질문의 답과도 같은 것이다.

타자화(他者化) : 타인의 인격이 '나'에 의해 대상화되고 物化 되는 것

▷김승귀(건축비평가)
건축비평가 AIDIA 국제학회 평론위원장 및 편집장. 도시매거진 ‘시티몽키’의 창간 및 편집주간. 현 동제대 객원연구원. wanswort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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