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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게발선인장

[2019-06-20, 14:09:11] 상하이저널
베란다에 쏟아지는 햇빛의 각도 때문인지 아래쪽에 있는 나지막한 게발선인장 화분이 유난히 산뜻한 초록 빛깔을 띈다. 2-3개월에 한 번씩 물을 주면 된다 해서 잊을 만 하면 주는데 너무 잊고 있었는지 어느 날 빨래를 널다 보니 보이던 것과 달리 잎(엄밀히 따지면 선인장 종류라 줄기)이 말라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물을 주고 며칠 후에 보니 나한테 물을 주어 고맙다는 듯이 탱탱해져 있어 뿌듯했다. 무심한 주인 탓에 하마터면 2-3개월에 한 번씩 물만 주면 되는 식물을 죽일 뻔 했으니 사실 미안하긴 하다.

집 베란다에 초록이 가득하기를 늘 꿈꾼다. 알록달록 꽃이 늘 있었으면 좋겠지만 확실히 여름엔 너무 더워서 겨울엔 추워서 베란다가 버겁다. 봄과 가을에만 베란다를 보며 초록이 어느 정도인지 꽃은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니 우리 집 베란다에서 1년 이상을 버텨내는 식물은 드물다. 아이들이 한참 어릴 때에는 봄마다 딸기 화분, 토마토 화분, 수박 화분을 샀는데 몇 개 따 먹고 가을 되면 버리고 잠깐 한철을 보고 화분을 정리할 때면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두세 계절 이상을 버틴 식물도 꽤 있었다. 장미도 그랬고, 천리향도 그랬고 이름 모를 선인장들도 그랬다. 공기정화 식물인 산세베리아는 오래 사는데 꼭 세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말라서 내 책임인 것 마냥 마음이 무거워 이젠 사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같은 선인장 종류여도 종류에 따라 누가 오래 사는지 일찍 고사하는지 이름은 몰라도 모양을 보면 안다. 

식물이 우리집에 와서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래 살고 물속에서도 기르기 쉬운 스킨다비쉬 같은 식물을 산다. 아이비는 관리가 쉬울 것 같지만 아이비처럼 기르기 까다로운 식물도 없는 듯 하다. 친정에서 엄마가 러브체인을 10년 넘게 기르시는 것을 봐와서 그런지 러브체인을 샀더니 그래도 1-2년 넘게 잘 길렀다. 

허브 종류로는 가장 오래 산 종류가 민트와 로즈마리 종류였다. 깊은 화분에 심어야 번식도 잘되고 오래 사는 걸 분갈이하며 알았고 햇빛을 정말 좋아하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주인이 부지런히 공부를 하는 이였으면 좋으련만 고작 물주는 일만 하며 경험치로 식물을 기르다 보니 우리 집 베란다에는 정말 관리하기 쉽고 기르기 쉬운 식물만 남았다. 

알로에, 화상이나 소품에 얼굴이 달아오를 때 베란다에 있는 알로에 잎을 하나 뜯어다 쓰면 참 요긴하다. 정말 오래 산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몇 년째 살고 있다. 스킨다비쉬는 물을 좋아해 물만 주면 항상 푸르다 그리고 오래 산다. 물에다 꽂아 놓아도 잘 살아서 여기 저기 깨진 컵에 꽂아 놓아도 잘 산다. 

그리고 2년 전 만난 게발선인장, 끝에 분홍인지 자줏빛이 꽃이 예뻐서 샀는데 기특하게도 이렇게 기르기 쉽고 보기 좋은 식물을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로 잘 산다. 해가 바뀌면 어김 없이 꽃도 다시 피어 기특하기까지 하다. 집 안 한 곁에 있는 초록색은 삭막한 아파트 삶에 생기를 주는 색깔이다. 여름이 끝나면 올 가을에 들여 올 다년생 식물은 공부하며 잘 키워봐야지 다짐한다. 2년 넘게 우리 집 베란다를 풍성하게 지켜 주는 게발선인장이 터줏대감이 되어 오래도록 사는 초록 식물이 베란다를 꽉 채우길 꿈꾼다. 두 딸도 한마디씩 한다. 
"엄마, 있는 거라도 잘 키웁시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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