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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어버이날에 대한 소고

[2009-05-12, 11:20:35] 상하이저널
5월은 기념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은 달이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어린이날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넘어가기로 하고, 한국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15일인 ‘스승의 날’도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다고 해도 부모님 생각을 한번 더 해보게 되는 ‘어버이 날’ 만은 대충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남편의 한국 출장이 잡혀 있어, 인터넷 뱅킹으로 성의 없이 덜렁 송금만 하는 송구함은 조금 줄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걸까? 어릴적 빨간 색종이를 오려 카네이션을 만들고, 동생들과 함께 용돈을 모아 아버지에게는 은하수 담배 한 갑 (담배 피우시는 아버지에는 그게 가장 좋은 선물인 줄 알았었다) 엄마에게는 꽃무늬 손수건을 사드리던 그 정성은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 조잡한 카네이션 꽃은 거의 일년 동안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었다.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종이꽃이 뭐라고 엄마는 그걸 신주단지 모시듯 하셨던건지. 어쩌면 아버지 엄마는 우리 형제가 어떻게 이 선물을 계획하고, 준비를 했는지에 대해 조잘거리던 그 모습이 좋으셨던가 보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야만 안다고 했던가? 큰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온 종이 카네이션을 받았을 때의 감격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삐뚤빼뚤하게 적어온 “아빠, 엄마! 사랑해요!” 하는 글자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로 감격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 방에 들어가 각자 자기 할 일에 바빠져 같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이 줄어 가끔은 엄마를 서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가슴 한쪽이 뜨금해 지는건 내가 우리 부모님을 많이도 서운하게 만들어서 이겠지. 이따금씩 전화로 전해지는 부모님의 걱정을 ‘이제 우리도 중년인데……저런 잔소리를 하고 싶으실까?’ 하며 퉁퉁거리는 내 모습이 내 아이들에게서 고스란히 보여진다. 나이 여든 되신 부모님이 예순 정도 되는 자식에게 ‘차 조심해라’ 하고 잔소리를 하신다고 하지 않던가, 나이가 40이든, 50이든 부모님 눈에는 그저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불안하게만 보이시는가 보다. 모든걸 알고 있으면서도 걱정하시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건 왜 그런건지.

어릴 적에 보았던 아버지, 엄마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 그대로 있을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갑자기 늙어버리신 아버지 엄마의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연세 드셔서 몸이 편치 않으시고, 끝없이 이어지는 자식걱정에 마음도 불편하신데 나는 애써 그런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았었다. 일년 전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와 오랫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버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관심’ 과 ‘대화’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 누워 지내시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중국에서 날아간 맏딸과의 대화가 활력소가 되신다고 말을 하셨을 때,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불효를 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필요한 건 용돈도 멋진 옷도 아닌 진심 어린 대화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도 내가 가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신다. 평소 말이 없기로 유명하신 우리 어머님께서 며느리에게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 이며, 생활 이야기들을 하시며 즐거워 하시는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머님의 이야기에 장단을 맞추게 된다. 그 장단에 어머님은 또 다른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계시고….

해마다 ‘어버이 날’이 되면 많은 효자, 효부들이 표창을 받는다. 나는 상상하지도 못하는 효도를 하는 사람들처럼 할 자신은 없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모님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또 그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대화를 많이 하는 자식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다져본다. 이젠 내가 효도를 하고 싶어도 부모님이 또 세월이 마냥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푸둥연두엄마(sjkwon@hp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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