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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희망학교를 다녀와서

[2009-06-15, 16:57:36] 상하이저널
지난 달, 남상해역에 무언가로 가득 찬 상자들과 여행가방을 들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였다. 대부분이 중년층이었지만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도 많았다. 한국인이 주류였고 중국인들도 몇몇 함께였다.

이들은 모두 중국산동성의 집안환경이 어려워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에 있는 ‘腾飞的兴国希望小学’를 지원하러 모인 사람들이 있다. 상자 안에는 학생들을 위한 교복, 학용품, 놀이감 등이 가득했다.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지고 출발한 이번 여정에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되어 함께 하게 되었다. 저녁 8시반에 ‘南上海站’에서 출발한 침대기차는 다음날 새벽 5시에 枣庄에 도착하기로 되어있었다, 난생처음 타보는 침대기차라서 매우 신기했다. 아이들도 신이 나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좋아했다. 컵라면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기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는 새벽 4시반, 곧 내일 준비를 하느라고 모두들 분주했다. 하지만 도착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궂은 날씨 때문인지 도착이 조금 지연되어 예정시간보다 30분 늦은 시각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간 희망학교에 도착해서 의외로 깔끔하고 좋은 건물에 의아했는데 작년에 이 학교를 방문했던 사람들이 작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건물을 새로 지은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곳 아이들의 얼굴은 시골 아이들답게 까맣게 그을리고 여름이 다되었는데도 볼이 발갛게 터 있었다. 코를 흘리며 자기들을 도와주러 온 우리들이 사진기를 들이대자 처음에는 피하다가 나중에는 전 학교아이들이 떼로 몰려들어 서로 찍히려고 난리들이었다. 시골아이들의 순박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학교를 잠시 둘러본 후에 교사들에게 우리가 준비해 온 아이들의 교복을 전달했는데, 그것들을 교실에 가지고 들어가 나누어주자 매우 기뻐하며 입어보는 아이들을 지켜보니 뿌듯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니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심지어 가끔씩 싫증을 내고 교복 아닌 다른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처럼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우리들과 달리 아이들은 환경이 어려워 입지 못했던 교복을 입고 순수하게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물건전달을 마치고 둘러본 조그마한 학교도서관은 도서관이기 보다는 단지 책들을 모아놓은 교실보다 작은 공간이었다. 게다가 그 얼마 안되는 책들마저 어디서 다른 사람이 내버린 책을 주워온 듯 매우 낡아있었다. 이제 막 학교 다니며 많은 책을 읽어야 할 아이들에게 좋은 책마저 사줄 수 없을 정도로 학교사정이 안 좋은 걸까? 사실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내가 책읽기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많은 책을 읽게 해서 그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에 경험하지 못하는 좋은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이번에도 많은 책들을 가지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몇 백권을 더 기부하기로 했다.

그곳에 다녀와서 느낀 것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배움의 중요성을 알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참 기특하다는 것과 내게는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것들이 매우 많다는 것, 그러므로 나를 이렇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 아이들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를 하는데 좋은 환경에 있는 내가 공부를 많이 소홀히 한 듯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홀했던 공부도 마음을 잡고 열심히 하고, 기특한 희망학교 아이들이 더 낫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 어른이 되서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대로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하영(复旦大学附属中学 고1평행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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