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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北京 철도국에 고마움을 전하며…

[2009-10-24, 04:59:12] 상하이저널
산둥성 쯔보(淄博)에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지난 9월 28일 칭다오를 거쳐 베이징남역까지 가는 기차를 타게 되었다. 열차 안에서 중요한 업무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전화통화 중 쯔보역에 도착을 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며 정신 없이 열차에서 내렸다.

역에서 내린 후 곧바로 택시를 타고 약속이 되어있는 공장으로 향했다. 택시로 약 30분을 달려가던 중 전화통화를 끝내고 주위를 둘러본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메고 있던 작은 가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도로변에 세운 후 트렁크에 있는 큰 짐과 택시 안을 모두 찾아 보았으나 가방이 없었다. 그 가방에는 여권과 현금으로 미화 1만5000달러, 인민폐 6000위엔, 다른 휴대폰 1개, 기타 중요한 연락처를 적은 메모들이 들어 있었다.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공장과 중요한 상담약속 등 당장 사업적인 스케줄을 포기한 채 현지 공안국에 여권분실 신고를 한 후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할 형편이었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잃어버린 현금도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일단 기차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택시의 방향을 돌렸다.

넓은 땅덩이 중국에서 잃어버린 가방을 찾을 수 있을지,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고,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한참 택시를 타고 가던 중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나를 찾는 전화였고,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내용을 물어왔다. 현재 열차의 차장이 잃어버린 가방을 가지고 있으며 베이징 철도국(动车)사무실에 보관할 예정이니 직접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일반 휴대품은 승객이 내린 기차역으로 돌려 보내줄 수 있으나, 여권과 현금 등 중요한 내용물이 있어서 책임자가 직접 본인을 확인한 후에 돌려 주겠다는 것이다. 가방은 길거리에서 잃어 버린 것이 아니라, 급한 전화를 받는 중에 갑자기 열차에서 내리는 바람에 앉았던 열차의 좌석에 두고 내렸다. 지나가던 승무원이 발견하고 즉시 차장에게 보고를 했고, 차장은 내용물의 중요성을 알고 베이징의 사무실로 보고를 한 것이다. 베이징 철도국사무실에서는 파출소에 신고한 외국인거주신고서가 여권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전화번호를 알았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다시 세상이 밝아졌다. 진행 중인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고, 금전적인 문제와 시간적 손실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큰 숨을 몰아 쉬면서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그날 밤 쯔보에서 저녁을 먹고 베이징행 야간열차를 탔다. 베이징에는 아침 일찍 내린 후 잠시 출근시간을 기다렸다가 철도국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 책임자가 웃으며 반겨주었고 한번 더 신원확인을 한 후 가방을 돌려 받았다. 내용물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들의 업무처리는 신속하고 정확했다. 특히 친절함에 한번 더 놀라게 되었다. 올림픽을 치른 나라의 국민답게 자긍심도 보였다.
사례비로 현금을 그들에게 건네주었으나 그들의 받지 않았다. 자신들은 철도국 직원으로서 맡은 임무를 다했을 뿐이며 승무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철저한 교육을 시켜왔다는 얘기를 했다. 그들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현금을 억지로라도 건네주려는 내 손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쯔보행 열차를 타고 오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며 10여 년간을 보냈는데 그 동안 느꼈던 중국생활과 중국친구들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중 수교 17년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외교의 선봉에는 일반 국민들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 좋은 기회였다. 한국과 중국의 국민들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증진시켰으면 하는 바램이 들면서 특히 중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많은 한국인분들께 이 사실을 전해 드리고 싶다. 이곳 일을 마친 후 이우로 돌아가면 베이징경의 철도국 실무자 분들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 드리려고 한다.

▷김하식(hasik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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