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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아이 숙제, 엄마 숙제

[2010-03-05, 18:40:11] 상하이저널
초등 고학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엄마도 아이의 과제물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유로워진다고들 하더니만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내용이 어려워지면서 ‘어떻게 하면 과제를 잘, 효율적으로, 창의적으로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아이의 과제물이 실로 우리가족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 두통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의 그 요구조건 또한 참으로 까다롭기도 하고 다양하기 그지없다.

“대충해가면 되지 뭐”라고들 하지만 과제라는 그 말에서 풍기는 중압감을 마음에서 지워버리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과제물이란 그저 교과서에 실려있는 연습문제 푸는 게 다였던 거 같은데 요즘 우리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과제물은 참으로 여러 가지 능력을 시험하려 하는 괴물 아닌 괴물이 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컴퓨터라는 기계가 이 괴물이 온갖 정보를 다 담고 있어서, 늘 우리들 곁에 있어서, 한 손에 도깨비 방망이를 쥔 듯 든든하다. 하지만 과제가 숙명인 우리 아이들의 과제물의 내용 또한 덩달아 눈덩이처럼 나날이 불어나고 복잡해지고 있음을 어찌 하려는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 세상이 참으로 엄청난 정보와 지식을 우리들에게 안겨주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엄청난 과제를 감당하게 만들고 있음을….

이 번에 학교에서 페트병과 풍선, 빨대, 비닐봉투, 점토 등으로 만드는 폐기능 실험도구를 만드는데 인터넷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물론 과학교재에 그 내용이 나와 있긴 했지만 실험의 목적이며 과정을 이해하는데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인터넷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애매하던 부분을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아이랑 같이 실험을 해보고 나서 우린 연신 감탄을 해댔다. “역시 컴퓨터가 최고야! 컴퓨터만 있으면 다 해결되네!”

이렇듯 컴퓨터가 전지전능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또 어떨 땐 검색능력부족(?)으로 인해 발로 직접 뛰어서 자료를 구해야만 할 때도 있다. 동서남북 방향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아이를 위해 오늘은 동방명주 남쪽에 위치한 건물이름을 알아내느라 서점에 들러 지도를 사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동방명주까지 직접 가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서점도 여전히 정보의 바다의 한몫을 하고 있는 듯.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는 무엇이든 혼자 하게 내버려둬야지 감당하지 못한다고 자꾸 도와 주는 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일이라고 잔소리를 한다. 아이의 과제를 그렇게까지 도와야 되는냐고 괜시리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가 모든 과제를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있길 나도 진심으로 진심으로 바래보고 바래본다. 하지만 학교에 과제를 제 날짜에 제출하지 못해서 선생님들에게 친구들에게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그러다가 만년 열등생처럼 낙인 찍히게 하고 싶진 않다. 혼자서 쩔쩔매는 모습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의 손을 내밀어주고 있을 뿐이다.

아이의 과제가 엄마의 과제가 되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랑 같이 검색하고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나 또한 정보의 바다에서 배우는 점 또한 많다. 과제물이 완성 되었을 때 아이의 뿌듯해하는 눈빛이, “엄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말하는 아이의 모습이, 아직은 너무도 많이 보살펴 주고만 싶다. 아직은 조금이나마 아이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다. 때론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는 사양하고 싶기도 하지만.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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