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난, 파스 마니아

[2010-07-11, 05:00:50] 상하이저널
오늘도 작은 아인, 엄마 몸에서 파스냄새가 난다며, 코끝으로 뭔가 자극적인 냄새가 들어오는 양, 킁킁거리더니 이내 두 눈을 살짝 찡그리는 시늉을 한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고 일어나면 몸이 찌뿌둥하면서, 신체의 한 부위가 불편하고 결려오기 시작한다. 밤새 더운 습기와 열기에 에어컨을 켜고 잔 것이 몸에 한기를 불어넣어서 일까, 아니면 잠자는 자세가 바르지 못한 탓일까, 어쨌든 몸이 영 편치 않은 건 사실이다. 이럴 땐, 병원에 가기엔 뭔가 덜 심각한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지내기엔 조금은 생활이 불편하고 해서 찾게 되는 게 바로 이 파스인 것을. 그리고 이 파스를 붙이고 있으면 뭔가 근육이 풀리고 있는 듯한 마음의 안도감도 느껴지고….

습도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무더위가 다가옴에 따라 어김없이 찾아드는 손님, 모기! 반갑기는커녕, 귀찮기만 하고 그저 짜증덩어리인 얘네들이 머물고 간 자리엔 영락없이 난, 또, 또 다른 파스를 발라대기 시작한다. 한참을 파스로 문지르고 있자면, 그래도 덜 가렵기도 하고 시원한 감도 느껴져 기분이 한결 나아지기 때문. 파스를 바르지 않고서 피부를 벅벅 긁어서 피가 나게 하고 상처가 나게 하느니보다는, 그래도 작은 아이 눈살 찌푸리는 모습을 뒤로 한 채로 시원한 파스를 문질러대는 게 한결 기분전환이 된다고나 할까.

부실한 신체구조에, 불편함이 자꾸 성가시게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내 가방엔 요즘 같은 시기엔 파스가 필수품인양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집이 아닌 곳에서도 행여 모기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얼른 파스를 꺼내 연신 문질러댄다. 냄새가 향기롭지 못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참을성이 자꾸 부족해지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파스를 꺼내 들고야 만다. 어쩌다 파스를 깜빡 잊고 준비하지 못한 날은 그야말로 부주의한 나 자신이 얄밉기까지 할 때도 있다.

지난번 여행길에서도 파스는 역시 나의 꼭 준비해야 했던 물품 중 하나였었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지친 몸이 되어서도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선, 자기 직전에 파스를 꼭 바르곤 했었다. 건강한 내일을 보내기 위해서 반드시 치러야 하는 의식인양 몸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 굳게 굳게 믿으면서. 비타민을 섭취하듯 그렇게 파스를 바르곤 했었다. 그런데, 확실히! 파스를 바르고 자고 난 다음날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었다. 이렇다 보니, 난 참 그야말로 파스 마니아가 되어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아울러 파스를 발명해낸 사람이 갑자기 궁금하기도 하고, 경탄을 보내고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파스가 내 곁에 있어 내 생활이 덜 불편해서 너무 좋다. 어쩌면 파스는 내게 있어 플라시보(placebo-가짜 약 효과, 일시적인 위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파스를 늘 가까이 둘 수 있어 너무 좋기만 하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고전예찬 2010.07.03
    10년은 넘은 것 같다. 가족과 함께 양제동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그날따라 커다란 오페라 공연 포스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결혼하고 아이들 돌보랴..
  • [포토갤러리] 월드컵 데이! 오~ 필승 코리아! 2010.07.02
    지난 25일 금요일은 우리 유치원 월드컵데이! 월드컵 응원가를 부르고, 퀴즈까지 풀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직접 미니 축구장을 만들어 경기도 해본 우리 친구들..
  • [김흥국 투고] 앗~싸 월드컵! 으~아~ 16강 [1] 2010.06.24
    아! 꿈이 아닌 현실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국 월드컵 도전사를 새로 썼다. 1954년 제5회 스위스대회 출전 이후 56년만에 이..
  • [기성용 투고] 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1] 2010.06.23
    기성용 월드컵 대표팀 선수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 열기로 전 세계가 후끈 달아올라있다. 2008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어 하는..
  • [아줌마이야기] 내가 지금 가족에게 줄 수 있는 것 2010.06.12
    매번 맞는 계절이건만 늘 겁부터 나는 상하이의 여름, 요즘 같은 초여름 날씨가 유난히 고맙고 신선하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살랑 부는 바람과 푸르게 우거진 나..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2024년 1인당 가처분소득 5...
  2. CATL, 작년 순이익 10조원…올해..
  3. 을사년, 상하이 춘절 등불축제 다 모..

경제

  1. 中 2024년 1인당 가처분소득 5...
  2. CATL, 작년 순이익 10조원…올해..

사회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67] 게으르다는..
  2. 을사년, 상하이 춘절 등불축제 다 모..
  3. [책읽는 상하이 268] 자기 앞의..
  4. [책읽는 상하이 269] 자기 앞의..
  5. 윤발 형님 ‘러닝 크루’ 합류한 왕바..

오피니언

  1.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9] 200..
  2. [상하이의 사랑법 21] 작가의 사랑..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이상한 힘..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