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지 7년 만에 처음으로 시부모님께서 방문하셨다.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렘과 기대가 이미 여행의 반 이상의 기쁨을 준다지만 어른들의 방문소식은 또 다른 긴장과 기대가 오시기 훨씬 전부터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를 긴장시켰다.
8년의 연애, 반대로 어렵게 한 결혼 이후 10여년 간의 한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이곳에서 7년 수 차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없으시더니 팔순을 건강하게 맞으신 아버님께서 어머니, 동서와 함께 오셨다. 워낙 깔끔하고 정갈하신 어머니께 흠이나 잡힐라 손끝이 까지도록 쓸고 닦고 정리하고 가슴조리며 남편과 함께 일주일 동안의 스케줄을 짜고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꿈까지 꾸기도 했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항상 가슴 한 켠이 비어있었을 남편, 지은 죄는 없어도 늘 움츠러드는 며느리인 나, 자식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억울한 마음 상하셨다가 속절없이 지나간 세월에 힘들어 하셨을 부모님, 이번 방문으로 한방에 엉킨 마음들이 풀어진 느낌이었다.
아침 7시면 꼭 식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6시에 맞춰 식사 준비를 하고 함께 관광을 하고 한국에서 귀한 상추쌈과 과일도 잊지 않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꼬치점, 훠궈 등 각종 중국요리도 잘 잡수시고 좋아하시니 너무나 감사했다.
시부모님이 오시니 남편은 즐겁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생각나서 눈물이 핑 돌며 엄마가 계시는 남편이 부럽기만 하다. 결혼 후에도 나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유난스러웠던 엄마, 조그만 일에도 감동하시고 미안해 하시고 입에서 늘 '우리딸~'이란 말이 끊이지 않던 엄마. 게다가 엄마의 기일과 맞물려 더욱 그리워지니 급기야는 울고야 말았다. 자기는 엄마 계셔서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내 모습에 남편은 살짝 미안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은 세월이 해결해준다. 세월이 약이다.’ 이런 말들은 다 체념하는 사람들의 자기위안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실이었다. 고부간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갈등과 오해 상처들이 있지만 세월은 마술과 같이 서서히 치유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인자하게만 여겨졌던 아버님과 함께 어머니의 한이 어린 마음도 읽으려고 하는 내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어머니도 살가운 표현은 못해도 내 진심을 보시는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했다. 딸이 없는 어머니, 딸이 없는 나, 또 우리는 어느새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어머니, 하고 싶은 말들 모두 하세요. 맘에 담아두면 병 되세요.”
이제는 어떤 말도 소설 몇 편도 쓸 수 있다며 가슴에 맺지 않을 수 있다. 그저 함께 웃을 수 있으니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그렇게 서운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