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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자족(自足)

[2010-11-19, 17:53:05] 상하이저널
처음 중국에 와 살던 곳은 대부분이 중국인이 살고 있는 칭푸의 한 조용한 비에수(別墅)였다. 이곳에 와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 일까 남편과 나는 산책을 즐겨하곤 했다.

그곳은 너무나 예쁘고 정겨웠다. 서로 다른4가구의 3층집이 정원을 터 한결 여유가 있었고 둘레에는 갖가지 과실수가 풍성했다. 발목을 충분히 담글 수 있는 작은 연못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놀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돌길 에는 이름 모를 작고 하얀 꽃이 줄지어 있으니 그 길을 걸으면 마치 신부가 행복한 꿈을 꾸며 걷는 꽃길을 연상하게 했다. 우리는 산책을 할 때 마다 그곳에 가 푸른 잔디와 작은 연못 그리고 온갖 과실에 부족할 것 없는 새들의 즐거운 노래 소리를 들으며 그러면서 나도 이곳에서 살며 함께 누리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 우리는 1년 후 그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 우리의 형편에 맞게 임대를 하게 됐고 우리는 그곳에서 4년을 살았다. 그곳으로 가면 그냥 행복할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 잘 정돈된 정원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가끔 산책을 하고, 흔들의자에 편하게 기대 책을 읽고 싶다는 나의 바람대로 남편은 커다란 등나무 흔들의자도 사주었다. 나에게 스트레스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난 불평을 하고 있었다. 3층까지 오르내리기가 힘들다, 흔들의자에 앉아서는 뜨개질도 책읽기도 편하지가 않다 하며 감사와 감동이 사라졌다. 아마 그곳을 떠날 때까지 정원을 돌아본 것은 채 열번도 되지 않은 듯하다. 왜 사람들은 잃은 다음에야 후회를 하며 그리워하냐며 흉을 보았는데 나야말로 영원할 줄 알고 주어진 것을 한 손에 쥐고 다른 것을 찾는 어리석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 난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좁아서 한 켠에 쓸모 없게 놓여있는 흔들의자를보며 헛웃음이 지어진다. 4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주어졌던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내일은 그저 아쉬움과 그리움뿐 일거라는 생각이 미치니 지금 이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한 모임에서 ‘서산’을 갔다. '아! 한국의 산과 단풍이 그립다. 하얀 눈을 맞고 싶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을텐데 난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즐길 줄 아는 지혜로운 여자가 되고 싶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상해의 산길을 걸으며, 또 곳곳에 조성된 공원의 푸르름과 계절마다 피고지는 갖가지 꽃을 보며 함께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그러면서 자족(自足)하는 마음이 나를 변화시키고 지금도 나는 계속해서 성숙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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