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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내게 강 같은 평화

[2012-10-19, 23:40:11] 상하이저널
가끔 인생의 답이 필요할 때 난 국어사전을 펴 든다. 책을 읽는 5살 딸이 “엄마 이 말은 무슨 뜻이야?”라고 물을 때 순수하게 단어가 갖고 있는 뜻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할 때도 많은데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의외로 명쾌한 답이 적혀있어 놀라기도 한다. 산다는 건 이렇게 활자화 되어 명쾌하게 답이 나와 있는데 난 내 욕심과 욕심을 채워줄 상상으로 힘들게 살고 있구나 하는 우문현답을 찾곤 하는 것이다. 최근에 내가 찾아본 국어사전의 단어는 ‘평화’이다.

‘평화’ (명사)
1 . 평온하고 화목함.
2 .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

얼마 전 댜오위다오 or 센카쿠 분쟁사건을 겪으면서 지난 5년간 살았던 상하이의 모습과 다른 상황에 많이 긴장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일본학교 근처인데 이곳이 그리도 조용하고 그림자도 없을 만큼 삭막한 적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일본학교 아이들은 조용히 휴교를 하고 일본상점들도 문을 닫고 오성기가 여기저기 걸리면서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하던 일본인 이웃이 없어졌다.

저녁나절 새어 나오던 아파트 불빛도 없고 일본학교 운동장에서 쉼 없이 조잘거리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택시 한 대 들어오기도 복잡했던 아파트 길은 그렇게 넓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차는 모두 지하 주차장으로 옮겨진 상태.

평소보다 숫자가 많아진 보안들은 애써 담담하게 아파트 우편함을 들여다보며 혹시 주민들을 자극하는 내용의 우편물이 있나 확인하기까지 했다. 밤이 되어도 수시로 순찰차가 돌아, 일본학교를 마주보고 있는 집안은 너무도 환해 커튼을 치지 않고는 잠들기도 어려웠다. 소리 없는 총성, 소리 없는 전쟁터 같은 불안한 느낌.

그 어색하고 짓누르는 무게감을 어떻게 설명할까. 그들은 어쩜 연습이나 한 듯이 조용히 사라 질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신문과 뉴스에서는 중국 어느 지역에서는 일본계 백화점이 털리고 일본식당가 건물들이 부셔지고 전투경찰이 투입된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듣고 보면서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조용한 두려움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 시장을 다녀오면서 일본학교 정문을 지키는 보안에게 물었다.

아이들이 언제 등교 하느냐고. (몸이 아픈 이웃에게 안부를 묻듯이.)
그리고 며칠 뒤 풍선이 날아오르고 노래 소리가 들리며 운동회 팡파레가 울렸다. 일본학교는 학생들의 등교 일에 맞춰 운동회를 연 것이다.

사실 궁금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를 어찌 설명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설명했던 말들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한 10년 살아보니 이젠 중국도 편하다고 말했던 ‘착각’에서 확 깨는 일이었다. 남의 집살면서 눈치안보고 편안하게 사는 '강 같은 평화‘는 힘든가 보다.

▷Betty(fish7173 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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