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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줌마(阿姨) 이야기

[2014-05-16, 17:37:25] 상하이저널

아줌마가 ‘아줌마 이야기’ 코너에 아줌마(아이 阿姨 도우미) 이야기를 쓴다. 누구나 다 공감할 것이다. 상하이 생활에 도우미 아줌마들은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 정서, 입장의 차이 등등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는 걸. 오래 전 조카뻘 되는 새댁 도우미가 손가락을 조금 밴드를 붙이는 정도 다치고는 이틀 후에 공안에까지 신고를 해서 변상하라고 난리를 피우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정말 조카처럼 예뻐하던 아이였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마음이 너무 상하고 충격을 받았다.

지금 아줌마는 그 일 뒤에 만났다. 다시 사람을 들일 수 없을 것 같을 때였기 때문에 처음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마음에 애써 데면데면하게 대하려 했었다. 어느덧 만 3년이 지나는 동안 아줌마는 늘 밝은 웃음과 명랑한 말투로 나의 상하고 닫힌 마음을 위로했다.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는 시간도 함께 나누면서 지내와 이젠 친구 같고 자매 같은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이었나보다. 아줌마 무릎이 시커멓게 멍이 든 것 같아 깜짝 놀라 물어보니 지난 8년 간 한국 사람 집에서 일하며 바닥을 닦은 탓에 무릎에 굳은 살이 박히고 피부색이 변해 그렇단다.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들던지 그냥 밀대로 청소하자고 했더니 이젠 자기가 습관이 돼서 손걸레질을 하지 않으면 성에 차질 않는단다.

“아, 정말 알지도 못하는 이 넓은 대륙의 어느 시골 동네 아낙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삶의 애환을 지우며 살고 있었구나!”

마음이 참 짠하기도 하고 복잡한 심정이 되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38세인 아줌마는 뭐 좀 쓸만한 살림이 있으면 하나 둘 고향집에 갖다 놓고서는 새 집을 짓고 아이들 교육비 걱정하지 않을 만큼만 돈을 모으면 돌아갈 거라고 늘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다. 나중에 고향에서 노후를 보낼 때 내가 나눠 준 살림살이들 보면서 나를 기억할거라는 말도 꼭 덧붙이면서.

나도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 땅 어딘가에 살고 있을 아줌마가 무척 그립고 궁금할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아줌마의 남은 인생 모든 시간에 추억으로 자리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 이렇게 무심하게 오가는 시간이 아쉽다는 마음이 들어 얼마 전부터 아줌마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도 초보자지만 아줌마가 악보를 보고 양손으로 연주할 정도는 도울 수 있겠지 싶어 슬쩍 물어봤더니 어찌나 기뻐하던지! 일주일에 세 번 올 때마다 5분, 10분씩 시간 내서 하나 하나 해보고 있다.

아줌마 손을 처음으로 그렇게 들여다 보았다. 노동으로 단련된 굵은 마디와 투박한 손등, 일하는 것 외에는 뭔가 해본 적이 없는 듯 둔하디 둔한 움직임. 음이 비슷한 한자로 음계를 익히며 서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미는 ‘大米的米’ 이렇게 말이다.

일년에 한 차례 만나는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줌마 피아노 배우기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해본다. 올해는 아줌마들과 하나씩 추억만들기, 여러 분들께 권하고 싶다.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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