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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뮤링정담: 정해진 게임 밖의 나의 룰

[2025-01-11, 04:04:13] 상하이저널
<오징어게임 2>와 관련해 ‘빵을 고를 것이냐, 복권을 고를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가 좋아하는 맛의 빵일까, 복권을 택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상황일까? 이 질문을 주변에 공유했을 때, 한 지인은 “그 빵을 건넨 사람을 어떻게 신뢰하냐”며 반문했다. 그 순간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쬐고 있는 햇볕이니 방해하지 말라”던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마음은 이처럼 복잡하고 변덕스러우며, 단순히 이분법으로 정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제공되는 틀에 맞춰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오징어게임처럼 끔찍한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고 답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남편의 회사에서 주재원 발령 기회가 왔을 때, 그것도 삶을 크게 불확실성에 넣는 선택이었다. 당시 막내가 영아에서 유아로 넘어가며 나의 역할 확장을 바라고 있었다. 상담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엉켰던 삶을 정리하며 한국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려던 중이었다. 그래서 더욱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빵도 복권도 아닌, 그저 방해받지 않고 내 시간을 보내길 원했을 뿐이었다.

강요받은 선택은 아니었다. 오히려 특별한 기회였고, 언제든 돌아갈 자유도 있었다. 상하이는 위험한 지역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서울과 상하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갇힌 마음이 부정적인 에너지로 남는다는 것을 느꼈고, 누구도 원망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환경의 기회를 살폈다. 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욕망이 나를 압박했다. 

경제 활동을 위해 출근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상하이는 멋진 도시였고, 풍요로운 자극으로 가득했다. 예쁜 거리와 전시 문화, 발달한 미식 세계도 매력적이었다. 아이들도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내가 애초에 원하거나 즐기던 것은 아니었다. 발 없는 새처럼, 물 위의 기름처럼 표류하는 느낌. 

남 보기에 여유로워 보일수록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은 칼날의 끝자락일 수 있다. “여긴 어디지? 나는 누구지?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새로운 세트장을 인정하고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초기화하려는 시도는 나를 더 단단히 가두는 벽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더 많은 돈, 더 나은 학벌이 더 많은 선택을 보장해 줄 것이라 여긴다. <오징어게임 2>는 매 게임 후 종료할 선택권을 주고 상금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는 사람들을 더 교묘하게 가두는 틀이 된다. 단순한 OX 선택만 반복될 때, 사람들은 더 큰 분노와 분열에 빠진다. “내가 선택했다”고 믿지만, 판을 설계한 것이 아니기에 원하는 것을 온전히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게임에 들어왔다면 살아남아야 한다. 단지 생명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제로섬 게임에서 마음 부랑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내 본래의 마음과 내가 행하던 소소함을 발전시키고 싶다. 빵도 복권도 아닌, 첫 게임 이후 닫혔던 창공의 햇빛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 

뮤약사(pharmtend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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