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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우리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중국 살이가 소중하다

[2022-03-18, 00:16:15] 상하이저널
코로나로 인해 2년이 넘도록 한국에 가지 못했다. 10년 남짓 중국 생활 동안 단 한 번의 향수병도 없었던 나조차 요즘은 언제쯤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목이 빠져라 그날을 고대한다. 사실 한국에 가면 꼭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님은 건강하신지 들여다보고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밥 한 끼 먹는 것, 오랜 세월 해외에 살고 있는 나를 친구 목록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는지 동무들에게 얼굴 한 번 비추는 것, 모국어가 잘 통하는 병원에 들러 조금씩 고장 나기 시작한 몸뚱어리를 체크해 보는 것. 이 정도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 10여 년 더 중국과 함께 할 생각이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중국을 사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와 가족에게 추억을 선사한 과거 10년과 더불어 알찬 미래를 담아줄 향후 10년을 위해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현듯 나는 왜 긴 세월 중국에서 살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2004년 출장 차 중국 땅에 첫 발을 디뎠다. 중국에 대한 첫인상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입견 그대로였으나 밝은 사람들의 표정만은 예외였다. 생동감이 넘쳤다. 2005년 5월 결혼과 동시에 나의 중국 살이가 본격 시작되었는데, 같은 회사에 다니던 우리 부부는 운 좋게 칭다오 주재원으로 동시 발령이 난 것이다. 그 뒤로 30대에 접어들어 3-4년 한국에 돌아가서 생활한 적도 있으나 결국 중국을 잊지 못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왔다.

중국 살이는 일관적으로 나에게 자유를 선사했다. 나는 중국에 사는 동안 모든 외부적 가치와 보편적 질서에 순응하느라 주체성을 잃은 적이 거의 없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부분이다. 가끔 중국 생활이 시시하게 느껴질 때면 이 점을 다시 떠올린다. 

한국에서 20,30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결혼을 하며 몇 평짜리 집을 구해야 체면을 구기지 않을 것인가 고민했을 것이다. 내 아이에게 몇 백만 원짜리 유모차를 사주고 싶었을 것이고, 영어유치원에 보낸다며 계산기를 두드렸을 것이다. 일 년에 여덟아홉 번이나 제사에 참석하면서도 제삿밥을 드시러 오는 분이 증조할아버지인지 고조할아버지인지 관심도 없이 심신만 피로했을 것이다. 40대가 된 지금은 과연 내 집 마련이나 했을지, 아님 곧 죽어도 강남에 살아야 한다며 35년쯤 된 낡은 아파트에 세 들어 살지 모를 노릇이다.

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이 되었다. 그러나 생동감은 많이 잃었다. 특히 선진국이 되는 동안 오로지 외부적 가치에 지배당한 채 창조성과 주체성을 상실한 사람들은 능동적 개인이 아닌 조직의 일원으로서만 존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도 한국에 살았다면 연령대별로 정해진 듯한 공통의 과제를 수행하느라 이미 자발성을 상실했겠지.

 중국 살이는 내게 많은 유리 천장을 없애주었다. 나는 한국 기업, 일본 기업, 중국 기업에서 각 나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유독 중국 회사에서 일할 때 합리적 문화를 경험하곤 했다. 일본 기업 특유의 보수성도, 한국 기업이 가진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절대적 순종 요구도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곳, 남녀평등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정도로 공평한 무대가 펼쳐지는 곳. 중국은 여전히 나에게 흥미진진하다. 소중한 중국 살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니모와 도리(bright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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