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서 풀이 억세졌다. 깊은 러프로 가면 공을 빼내기도 힘들 정도다. 이렇게 풀이 길어질 때는 풀이 별로 없는 봄철과 똑같이 쳐서는 안된다.
러프에서 치는 요령을 알아보자. 깊은 러프에 볼이 있으면 볼이 박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볼은 아무리 깊이 들어가 있어도 풀 위에 떠 있기 마련이다. 풀과 볼 사이에 공간이 있다는 얘기다. 어드레스를 취해 볼 뒤에 클럽을 대보면 볼과 풀 사이에 여유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볼이 풀 위에 떠 있다면 어떤 샷을 해야 할 것인지는 자명해진다. 즉 러프에서는 찍어치는게 아니라 드라이버샷처럼 훑고 지나가도록 쳐야 한다.
풀이 짧은 곳에서는 찍어쳐도 무방하지만 러프에서는 찍어칠 경우 클럽이 빠져나오지 못해 턱없이 거리손실을 보게 되고 정확도도 떨어진다. 이때는 그립을 단단히 쥐고 벙커샷처럼 볼 뒤를 치고 지나가면 된다. 스윙은 평소보다 더욱 과감하게 하도록 한다. 러프에서 런이 많이 생기게 하려면 클럽페이스는 평소와 똑같이 둔 채 볼만 오른쪽에 놓고 훑고 지나가는 스윙을 하면 된다.
러프에서 어프로치샷을 할 때 볼을 직접 치려고 하는데 그러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볼을 바로 치려고 하지 말고 볼 밑을 쳐 클럽헤드가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러프가 '역결'인 상태에서도 벙커샷을 하는 것과 똑같다. 볼 뒤의 풀을 친다는 기분으로 스윙하되 평소보다 스윙을 좀 크게 해주면 된다.
볼이 러프에 빠지면 대부분 평소보다 한 클럽 정도 긴 클럽을 꺼내들려고 한다. 아무래도 러프니까 볼이 페어웨이에 있을 때보다 거리가 덜 나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백∼1백50야드 남았을 때 라이가 그런대로 괜찮은 얕은 러프에서 아이언샷을 하면 거리가 더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러프에서 샷을 하면 볼과 클럽페이스 사이에 풀이 끼이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볼에 스핀이 많이 걸리지 않으며 드로성 구질이 나온다. 그래서 페어웨이에서 칠 때보다 거리가 더 나게 된다.
요컨대 1백야드가 넘는 상황에서 쇼트아이언이나 미드아이언을 잡게 될 경우 런이 많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 샷을 해야 한다. 피칭웨지부터 7번아이언까지는 평상시보다 10∼20야드 더 나간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경사진 위치의 러프에서도 찍어치지 말고 폴로스루를 더 한다는 느낌을 갖고 스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