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직전 라운드에서 기가막히게 잘 맞으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죽을 쑨다. 특히 베스트 스코어에 근접하는 기록적인 샷을 한 다음에는 어김없이 망가진다.
페어웨이를 가르던 환상적인 드라이버샷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렇게 잘 떨어지던 아이언은 중구난방이다. 쇼트게임도 안된다. 퍼팅은 말할 것도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 원인은 다분히 심리적인 것과 연관이 깊다. 하루 아침에 샷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몸에 변화가 온 것도 아니다. 급격한 샷의 변화는 심리적인 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베스트 스코어’는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이븐파라도 기록하면 자신도 이븐파를 쳐 봤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언더파를 한 번이라도 기록해본 사람은 평생 ‘자신은 언더파를 쳐 봤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프로 골퍼가 우승을 해봤느냐, 못해봤느냐는 선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승을 해 본 사람이 또 우승을 하는 경향이 크다. 우승을 못해본 선수는 막판 곧잘 무너지곤 한다.
베스트 스코어는 우승을 한 선수처럼 장기적으로 골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이 강하다. 자신도 모르게 최근의 라운드를 떠올리며 라운드를 하게 된다.
베스트 스코어를 쳤다면 그 다음 라운드에서는 더욱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골프는 지난 번에 잘친 것은 아무런 필요없다. ‘오늘’만 있을 뿐이다. 과거의 스코어를 끄집어내려고 하면 오늘의 스코어는 엉망이 된다.
베스트 스코어는 그걸로 족하다. 베스트 스코어는 베스트 일 뿐 당신의 스코어가 아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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