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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 쑤저우 공단

[2006-06-03, 04:04:00] 상하이저널
[중앙일보] 한니발의 침공을 천신만고 끝에 물리친 로마의 강경파 카토는 원로원에서 싱싱한 무화과를 들고 "이렇게 좋은 과일을 대량으로 생산할 능력을 가진 적이 바닷길로 사흘 거리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마는 결국 제3차 포에니 전쟁을 통해 카르타고를 멸망시켰다. 중국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 잡은 쑤저우(蘇州) 공업원구(공단)를 둘러보면서 이 에피소드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상하이까지 비행시간을 포함해도 한국에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쑤저우 공단은 잘 정비된 미국의 중소도시처럼 느껴졌다. 죽 뻗은 6차로 도로에는 교차로마다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이 달려 있었다. 호수를 따라 늘어선 잔디밭 사이로 나지막한 아파트와 공장 건물이 줄 지어 있다. 1994년 개발에 들어간 이곳은 2000년 이후 500여 외국 기업이 본격적으로 모여들면서 상하이 푸둥에 못지않은 정보기술(IT) 전문 공단으로 자리 잡았다. 면적만 6800만 평으로 여의도의 27배에 달한다. 쑤저우 공단의 강점은 잘 갖춰진 인프라와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이곳에 노트북.반도체.LCD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 서기가 1년에 두세 차례 직접 방문해 애로 사항을 듣고 해결해 줄 만큼 기업 하기에 편하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공장을 짓다가 전기선을 건드려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한 지 하루 만에 관계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PGA투어를 유치한 골프장, 까르푸 등 쇼핑 시설, 연 1만 달러 수업료를 받는 외국인 학교까지 생활 인프라도 충실하다. 삼성전자의 중국인 직원만도 1만 명이 넘는다.

이에 비해 한국인 주재원은 50명에도 못 미친다. IT산업은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낮다. 삼성전자가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얻은 원가 절감 폭은 상품 가격의 1~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기업은 생사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낮은 임금에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까지 갖췄으니 전 세계 기업들이 여기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쑤저우를 보며 로마가 카르타고에 느꼈던 두려움을 연상한 것은 기자의 지나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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