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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청소년오케스트라, 금난새가 이끄는 KYDO와 정기연주회 가져

[2015-08-27, 10:55:30] 상하이저널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가 이끄는 농어촌희망청소년오케스트라(Korean Young Dream Orchestra, 이하 KYDO)는 지난 13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KYDO는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의 문화복지의 증진을 위해 창단된 오케스트라로 전국 25개 농어촌 지역은 물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온 200여명의 청소년 단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는 대한민국의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표하는 곡 ‘얼의 무궁(동심초, 그리운 금강산, 아리랑)’ 과 애국가가 연주되었다. 뿐만 아니라, 드보르작의 9번 심포니 <신세계로부터>의 전악장을 연주하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로서의 확실한 존재감과 실력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장소가 협소해진 탓에 전체 선발인원은 대폭 축소되었지만, 우리 상하이한인청소년오케스트라는 KYDO-CHINA의 이름으로 총 11명이나 참가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오케스트라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한편으론 몹시 영광스럽고 기뻤지만, 그만큼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KYDO-CHINA 단원들은 그 부담을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했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짧은 기간 안에 적지 않은 곡을 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정해진 취침시간인 10시를 훌쩍 넘길 때까지 연습하기가 일쑤였다. 누가 강요해서 한 것이 아니기에 불평할 수도 없었다. 연습을 마치고 나면 관악기를 불었던 단원들은 입이 헐어 의료팀을 찾아야 했다.

힘들었던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온 단원들이 모이다 보니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발생했다. KYDO-CHINA 단원들은 사할린 한인의 후손인 Doncher와 한 방을 나누어 쓰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가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13살인 Doncher의 부모님은 모두 한국계 러시아인.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한국어를 조금은 구사할 수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안타깝게도 한국말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안녕’과 같은 단순한 인사말마저 알아듣지 못했다. 우리는 인터넷의 번역기를 통해서라도 Doncher와 소통을 하려고 시도해봤지만 그 절차가 복잡하여 이내 서로 포기하고 말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한국 방문이 처음인 그를 위해 합숙기간 내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청년세대 중 러시아 사할린에도 우리 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70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일본이 미국에게 항복함과 동시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가에서 일제히 철수했지만, 당시 일제의 징용에 인해 러시아 사할린에서 강제로 복역하던 우리 민족들은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Doncher의 할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다. 그런 한편 안타까웠다. 그가 한국어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가 우리의 할아버지에 대하여, 우리의 역사, 우리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음악이 있었다. 한국의 25개 지역에서 모인 단원들, 중국에서 온 단원들, 미국에서 온 단원들. 우리는 어느 새 성별과 나이차, 국적을 넘어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 모두는 음악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매개로 한 소통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해 단원들 서로간의 간격을 좁혀준다. 200여 명의 대형 오케스트라 속에서 개개인은 자신의 소리를 튀지 않게 하고, 서로의 소리를 들으려 애써야만 비로소 음악에 화음이 형성되고 깊은 울림이 생긴다. 우리의 첫 곡 ‘얼의 무궁(동심초, 그리운 금강산, 아리랑)’은 그렇게 연주되었다.
첫 곡에 이어 애국가의 전주가 시작되자 무대 위의 화음과 울림이 객석으로 퍼져나갔다. 객석에 앉아 있던 수많은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애국가를 제창하기 시작하였다. 더 이상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순간만큼은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연주자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한민족이었다.

연주 후의 여운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KYDO-CHINA, 상하이한인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이미 상하이에 돌아와 일상을 시작했지만 무더운 여름 날의 연습과 합주는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KYDO 단원들,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에서, 러시아에서, 그리고 상하이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연주, 그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다시 만났을 때 서로가 부끄럽지 않도록.
이성훈(SCIS 12)
 
 
 

<참가 단원 명단>
바이올린
김민선(SAS 11)
최다원(SAS 10)
한진영(SLAS 9)
김선혁(상해중학 10)
문예신(상해중학 8)
서주환(상해한국학교 10)

첼로
유훈희(SCIS 9)
김민준(SAS 9)
정윤주(SAS 9)

바순
이성훈(SCIS 11)

오보에
유가연(상해한국학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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