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겨울 점퍼 하나가 중국인들을 감동시켰다. 춘제(春節·설날) 전날인 지난 1월 28일 산둥(山東)성 일대 농가를 방문하면서 입고 갔던 점퍼다. 원 총리는 이 옷을 11년 전인 1995년 겨울에도 입었다. 정치국 후보위원 신분으로 산둥성 서우광(壽光)을 방문했을 때다. 기억력 좋은 한 네티즌이 이걸 놓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라오치(老旗)’라는 이 네티즌은 1월 30일 ‘대중망(大衆網)’이라는 인터넷 뉴스사이트에서 원 총리의 산둥성 방문 기사를 읽었다. 그는 기사와 함께 소개된 사진 속의 원 총리 점퍼가 매우 눈에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그는 1995년 원 총리가 서우광 채소시장을 방문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 그 때 본 총리의 모습과 흡사한 곳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라오치는 당시 사진을 꺼내 대조해봤다. 옷의 여러 위치가 비슷해 같은 점퍼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자세히 보고 또 봤지만, 11년 전 바로 그 점퍼였다. 총리는 아직 그 겨울 옷을 입고 있었다. 총리여, 아 총리여!”
라오치는 대중망의 그 기사에 200자 내외의 댓글을 달고 두 장의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이 글을 읽은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내용을 다른 사이트로 옮기면서 무려 23만여 개 사이트에 원 총리의 점퍼 이야기가 올라왔다. “주름지고 해진 녹색 점퍼를 입은 총리, 그는 보통의 노인 같다.” “감동했다. 부디 원 총리가 갈수록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를 닮기를….”
중국인들은 원 총리에게서 ‘최고의 총리’로 칭송받는 저우언라이를 연상한다. 저우언라이는 죽을 때 남긴 유산이 단돈 5000위안(약 60만원)에 불과했다.
원자바오 총리 역시 취임 이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고통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4년 11월에는 탄광사고 현장을 찾아가 유족들의 손을 붙잡고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내가 너무 늦게 왔다”고 말해 국민들을 울렸다.
칠순의 노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원 총리의 점퍼 기사에 이런 댓글을 올렸다. “이런 감동적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우리가 이런 총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 조국과 인민에게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