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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기고]민간단체들의 대북 쌀 지원은 신중해야

[2010-12-21, 10:23:47] 상하이저널
북한 경제가 파산상태에 있고 식량부족으로 많은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은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우며 모든 자원의 배분에 있어서 군을 우선시한다. 국민들은 굶어 죽더라도 세습권력의 유지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군인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북한당국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민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제공하는 데 심각한 딜레마를 야기한다.

한편으로, 북한 동포들이 굶어 죽는 현실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영유아들이나 임산부들마저 먹을 것이 없어서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리고 수많은 북한 동포들이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탈출하는 상황을 두고 같은 민족으로 동정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당국은 엄청난 자원을 사용하여 군량미를 비축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천안함 폭침•연평도 무력공격 등 우리의 무고한 국민들을 공격하고 영토를 침범하고 있다. 또한 외부의 식량지원이 북한 동포들의 굶주림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보다 김정일과 그 친위세력의 배를 불려주고 더 많은 자원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원된 식량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에게 배분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현실정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들과 정치권의 입장이 찬반양론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006년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사이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한민국은 2007년까지 매년 쌀과 비료를 각각 30만톤 규모로 북한에 지원해 왔다. 소위 햇볕정책의 논리에 기초해서였는데, 그 핵심은 대북지원이 북한의 대한민국에 대한 정책을 우호협력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공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데 있었다. 사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남북한 당국들 간에 회의가 빈번히 열렸고 이산가족 상봉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으며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과 같은 남북협력사업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이러한 남부간의 협력들은 모두 대규모 대북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정부당국간의 회의나 이산가족상봉을 위해 정부는 쌀과 비료를 위시한 대북지원을 더규모로 제공해야만 했다. 햇볕정책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별로 실속이 없는 회담도 계속해서 열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북한당국에 회담개최를 거의 구걱하다시피 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북한당국에 외화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연평해전과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같은 침략행위를 지속적으로 감행했다. 김정일과 북한당국은 외부의 경제지원으로 자신들의 군력을 공고화하고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대북지원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환상으로 북한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고 대북 경제심을 느슨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들의 이러한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집권했다. 알맹이 없는 회담을 위해 북한에 대규모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중단했고, 우리 관광객에 대한 총격 피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도 중단했다. 이렇게 되자 북한 당국이 오히려 남북대화를 하자는 데 적극적이 되었고 그 대가로 요구하는 경제지원의 규모도 작아졌다. 세습권력과 체제유지를 위해 외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한당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지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계속해서 비핵화와 관련된 북한의 태도변화가 대화재개에 필수적임을 강조해 오고 있다.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경제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식량농업기구(FAO) 등 국제기구가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작년보다 증가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단체들의 대북 쌀지원은 매우 신중히 고려돼야 하며 무조건적인 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칫 북한당국의 입장만 강화시켜주고 우리정부의 대북전략만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NGO 및 선교단체의 북 식량지원이 오히려 김정은 후계체제 공고화에 악용되어 북한주민의 고통이 지속될수 있음을 생각해야한다. 김정일과 북한당국이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을 조금이라도 돌보게 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는 동포애보다 전략적인 인내가 필요하다.

▷정진영(경희대학교 교수,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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