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작은 도시인 연길에서 18년 가까이 생활한 나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큰 도시도 못 가본 ‘시골 여자애’였다. 처음으로 연길이 아닌 큰 도시로 그것도 외국에서의 유학경험은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었지만 주위 여러 친구들의 도움으로 하나 둘씩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었다.
2006년 여름, 낙방의 쓴맛을 본 나는 재수를 선택하려고 했으나 포기하고. 친구의 조언대로 취업우선이 아닌 학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선택했고 해외유학은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가깝고도 멀게 느껴졌던 한국을 선택했다.
현재 한국에서 다니고 있는 경북대학교는 국립대로서 꽤나 명성이 있는 학교다. 한국의 학교는 3월 개강으로 1학기가 시작된다. 자신의 전공 외에도 타 학과의 전공도 자유롭게 수강신청이 가능해 시간표도 개인이 조정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수강이 가능하다. 많은 학술, 문화예술 동아리가 많아서 학생들은 대학 문을 나가지 전 다양한 취미와 취업에 필요한 정보들을 동아리에서 얻으며 학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맥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단순한 동아리가 아닌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아오는 동아리도 많아서 학교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면서 학생들을 돕고 있었다. 한국 대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고 대학에 와서 그런지 엄청난 양의 술들을 마시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 놀고 하는데도 성적도 놓치지도 않고 아르바이트에 수업도 병행하고 있는 학생들도 많았다.
교수님이나 학생들은 중국의 큰 도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 거주하고 있고 현재 한국에도 많이 취직해 살고 있는 조선족의 존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친구들은 중국에서도 조선말로 하는지, 수업에는 어떤 교재를 사용하는지 등의 애교섞인 질문들을 해오기도 하고 가끔은 대답하기 곤란한 ‘자신이 중국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 하는지’와 ‘중국의 역사왜곡인 동북공정이나 혐한정서에 대해서도 물어봐서 진땀을 뺄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지난 해 한 미국출신인 한국연예인의 철없고 힘들었던 연습생 시절의 한국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써놓았던 것이 인터넷으로 유포가 되면서 결국 팀 탈퇴를 선언하고 한국을 떠났던 사건이 있었다. 한국은 분단국가의 아픔을 갖고 있고 한민족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에 국가에 대한 모독이나 혐오가 섞인 논쟁에 외국인이 멋모르고 자유로운 발언을 한다면 미움을 받거나 크게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사건이었다.
한국의 여러 문화 중에서 그 중 ‘뭐든지 빠르게’는 외국인들이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당황한 문화중의 하나다. 버스를 탔을 때 기사아저씨들의 곡예수준의 도로운전은 굉장히 거칠며 매번 정거장에서 한눈 파는 사이 버스가 훅 가버려 놓칠 때가 많다. 뭐든지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운전문화이지만 신호등 앞에서는 신호등을 무시 한 채 횡단을 하는 보행문화는 없어서 좋은 것 같다. 출퇴근이나 주말이 되면 지하철은 진풍경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빠른 도시의 문화는 출퇴근길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 빠르게 만들었고 바쁜 일이 없는 나는 처음에는 천천히 가다가도 어느 샌가 급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과 같이 뛰어 간다. 공공기관에서도 서류접수를 하러 가면 번호표를 뽑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질서 있으면서도 빠른 행정업무속도는 중국에 있을 때 느껴보지 못했던 부러움을 자아낸다.
음식점도 예외 없다. 예전에 서울의 찜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는데 그곳의 찜닭은 대부분 5분 안에 나오는데 가끔씩 몇몇 손님들은 10여분이 조금만 지났어도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시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한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다 보니 방학 동안 중국에 있을 때 느려터진 업무처리나 식당음식을 기다리는 경우 짜증이 밀려와서 화를 내려고 하는 동화되어 있는 나 자신에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졸업이 다가왔고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가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의 10대와 20대는 한국에서 보내졌고 참 즐거웠던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얼마 안 남은 유학생활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이번 여름 한국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친구들과 한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경치들을 기억 속에 남기고 떠날 준비를 서서히 하는 중이다.
▷김미향 인턴기자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