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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엄마는 칠구 양띠

[2011-02-10, 11:53:00] 상하이저널
올해 9살이 되는 큰아이~! 몇 년 전인가 TV를 보는데 ‘엄마아빠 몇 살이야?’라고 물어서 별 생각 없이 나이를 말해줬더니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는 게 아닌가?

‘엄마아빠 나이가 너무 많다고, 중국친구들 엄마아빤 안 그런데~’라며 우는 아이를 보고 당황한 우리는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고~농담이라고’ 재빠르게 수습을 하며 아이를 달랬다. ‘그럼 엄마 진짜로는 몇 살이냐’고 해서, 때마침 TV에 가수 이효리가 보여 ‘응. 이효리랑 동갑이잖아~’한 덕에, 나는 79년생 이효리와 동갑내기 친구가 되었다.

8번 만나고 결혼한 우리 부부를 보고 불같은 사랑에 빠져서 결혼했냐는 얘기는 우습기만 하다. 중국 주재원으로 결혼을 위해 9번째 선을 보는 남편과 첫선을 ‘소개팅’이라고 우기며 만난 남편은 그야말로 ‘박카쑤’ 같았다. 주말마다 만나 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바닷가 벤치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보니 신혼여행지인 제주도였다는 그렇게 첫아이를 낳은 해가 내 나이 33살 1월이다.

첫아이를 낳고 시작한 중국 샤먼에서의 생활은 홀로 감당해야하는 육아의 부담감과 낯선 환경에 하루하루가 녹록치 않았다. 아이가 처음 배운 중국말이 팅부똥일 정도로 나의 중국어는 엄두를 못 내고, 어린 딸을 보면 웃다가 돌아서서는 눈물이 나는, 불안한 정서의 초보맘이었다.

중국식당을 갔다가 죽을 고르는데, ‘田'에 '鷄’가 쓰인 한자를 ‘밭에서 크는 닭=촌닭’으로 해석하고 주문해서 맛을 보니 달달하고 고소한 것이 아기 이유식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아기와 맛있게 먹었던 촌닭죽은 알고 보니 개구리(田鷄)죽이었다. 개구리죽 덕택인지, 습한 바닷바람에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 때문에 용감했고 아이 때문에 신난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삶의 의미를 준 아이와 함께 내 욕심도 많이 컸다.

정체성 운운하며 한글을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치고, 현지어도 제대로 배워야한다고 로컬유치원, 로컬소학교에 보내고, 열성적으로 학부모 대표도 하고, 몇 번의 착오를 거치며 마음에 드는 푸다오 선생님도 구해 공부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바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엄마아빠가 너무 좋아 오래오래 곁에 있어달라는 아이에게 난 내 욕심만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미니미(minime)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를 보며 배우고 있다.

큰 아이가 사랑하는 영화 ‘토이 스토리’시리즈를 밤새 본적이 있다. 장난감친구들과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을 갖고 떠나가는 어른 앤디의 모습에서 ‘우리 부부’도 아이에게 추억을 함께하는 영원한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욕심 없이 아이가 바라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좋아하는 곳에서 같이 머무는 시간이길 바래본다. 그리고 상하이저널이 나오면 바로 숨겨야겠지? 하핫!!

▷Betty(blog.naver.com/ fish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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