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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전쟁 끝에 받은 선물 ‘샤오 리’

[2011-04-29, 23:38:04] 상하이저널
“와와~ 이제서야 살 것 같다!”
아마도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구정 이후 악착 같이(?) 버틴 2달 반이 넘는 시간들, 겨우 겨우 밥만 해먹었지 사실 그 동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그저 봐 줄만 했고, 어느 날은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했지만 이상하게도 보모를 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교정하고 있는 치아를 연결한 철사가 갑자기 부러진 탓에 치과에 가게 되었다. 오랫만에 뵙게 된 운전사 아저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은 잘 못해도 좋으니 믿을만한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더니 알아 보고 연락을 주신단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사실 그리 기대도 크게 하지 않았건만 이틀 만에 연락이 오고, 드디어 우리 집에서 일하기 시작 한지 5일이 되었다. 첫인상은 조금 사나워 보이긴 했지만, 그저 한 달 후 일이 너무 많아 그만 두겠다는 말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제는 살림 전쟁에서 헤어 나오고 싶었기에….

첫날 거실을 조근 조근 정리를 끝내더니, 내가 딸아이 방에서 옷을 싹 정리하고 나왔는데도 다시 들어가 책장 위부터 먼지며, 머리핀까지 정리를 끝내고 나오는 샤오리(小李) 원래 주인이 일을 잘해야 보모에게도 일을 잘 가르쳐 주고, 시키는 법! 하지만 나는 지독히 깔끔떠는 스타일도 아닌데다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 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이기에, 우리 집은 경험 있는 아이가 꼭 와야 되는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타이타이의 직무태만(?)을 견뎌 낼 정도의 보모여야 하는데 사실 그 전 보모는 물건을 잘 깨뜨리는 단점은 있어도 한국 음식을 웬만한 한국 부인들보다도 잘 하는 준요리사였기에 내가 더 게을러 질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 되었었는데, 이번 보모는 과연 어떨까?

경험은 있냐는 내 말에 이탈리아인 부부 집에 2년 있었다며, 내가 내세우는 월급과 시간 조건에도 흔쾌히 응해주며 일을 시작했던 그녀, 그런데 샤오리는 5일만에 우리 가족을 사로 잡은 것 뿐 아니라, 중국 사람들은 주인이 시키지 않으면 절대로 스스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남편의 말을 보기 좋게 녹다운시킨 첫번째 보모가 되었다.

중국 생활 7년 만에, 이 곳 상하이를 떠나기 전까지 함께 하고픈 아이가 생긴 난 요즘 작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책을 본 후 제자리에 잘 갖다 놓지 않았던 내가 샤오리의 일을 덜어 주고 싶어서 스스로 알아서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딸내미에게 그 동안 드물게 하던 잔소리까지 매일 한번은 하니 샤오리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 것일까? 아니면 두 달 반의 고생아닌 고생 끝에 얻은 행복이라 너무 기뻐서 나타난 일시적인 행동일까?

어쨌든 이번 주는 감사한 마음으로 샤오리와 자전거를 타고 나란히 꽃시장으로 소풍을 가야겠다. 물론 오는 길에 ‘토마토 모종’이 나왔다면 잊지 않고 사가지고 올 것이다.

“아저씨! 샤오리 소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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