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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생일선물

[2011-07-09, 00:19:31] 상하이저널
“오늘 내가 생일을 맞은 거 같다, 딸 덕에 호강하는 구나”
중국생활을 시작한 게 2004년인데 이제야 부모님이 맏딸 사는 곳을 보러 오셨다. 한번 다녀가시라고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3녀 2남 모두 시집장가 보내면 간다 하더니 여동생이 작년에 결혼을 하고서야 곧 가겠노라 약속을 하고 오신 날이 7월이다. 상하이의 여름이 너무나 더우니 날씨 좋은 때 다녀가시라 했지만, 7월에 있는 딸의 생일을 챙겨 주시겠다고 한사코 더운 여름에 오셨다.

입을 다물고 있기도 힘이 드는, 낮 기온 35도가 넘는 날에 공항에서 만난 부모님은 여전하셨다. 한국에 다니러 가도 양가 집안일에 얼굴 한번씩 비추고 동생, 올케, 제부, 조카들 사이에서 손님처럼 밥을 얻어먹고 잠을 자고나면 금방 돌아갈 날이다 보니 결혼하고는 제대로 부모님과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이제 누군가에게 얘기를 할 적엔 ‘우리 엄마아빠’라는 말보다 ‘우리 친정 부모님이..’로 표현이 되는 세월이 참 서운하지만 엄마란 존재는 언제나 나를 철부지 딸로 만들곤 했다. 남편에게 조금만 서운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 속상하이도 엄마 생각을 하면 위로가 되는 게 참 신기하다.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은 길었던지 엄마는 ‘할머니’가 되어 내 앞에 서 계신다. 더위에 조금만 걸어도 비 오듯이 땀을 흘리고 연신 손수건으로 붉어진 얼굴을 닦아내시는 나의 엄마. 내 생일날 아침, 미역국을 끓이고 성의껏 반찬을 준비해서 아침밥상을 차렸다.

“내가 도와줘야 하는데 도울 세도 없이 다 준비 했구나”하시며 맛있게 아침을 드시더니 선물을 사주겠다고 나가자고 하신다. 시내 관광을 시켜드릴 겸 나가서 여기저기 안내를 해드리고 맛난 중국요리도 점심으로 사드리고 집에 들어와 곰국으로 저녁상을 차려드렸다.
저녁상도 맛있게 드시고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는 “오늘 내가 생일을 맞은 거 같다. 내 평생에 아무것도 안하면서 호의호식 하는 게 첨인데, 딸 덕에 호강하는구나”였다. 내일은 꼭 선물을 사러 가자하신다.
엄마!
이미 딸이 갖고 있는 40년이란 시간을 선물로 주셨으면서 귀찮아서 내 생일 미역국은 안 먹어도 그만인 아줌마 딸에게 ‘귀한 우리 아기가 태어나 날’로 기억해주시면서. 이렇게 멀리 딸 보러 오셨으면서 더한 선물이 어딨다고 계속 선물을 주시겠다는 건지…. 품에 꼭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에 ‘우리 딸 선물 살 돈’이라고 쓰인 봉투도 다 봤는데….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그 동안 어디를 모시고 다니고, 맛있게 뭘 만들어 드리고 뭘 해드리면 좋아하실까. 엄마 인생의 최고의 날이 되게 해드리고 싶은데..고민할 밤은 참 짧은 거 같다.
▷betty(blog.me. fish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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