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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COUCH POTATO!!

[2011-08-12, 13:09:36] 상하이저널
사전적 의미: 소파에 앉아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 게으르고 비활동적인 사람.
방학이 시작되면서,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밖으로 돌아다니는 시간보다 집에서, 특히나 거실 소파에서 뒹구는 시간 또한 늘어났다. TV 리모콘을 손에 꽉 집어 들고서(행여 아이에게 뺏길까봐) 소파에서 이리저리 몸을 뒹굴어 된다. 그러다, 입이 심심해져서 이것 저것 주전부리를 찾아 먹게 된다. 시원한 에어컨바람이 좋은지라 아이도 차마 밖으로 나가려 하질 않고, 어쩌다 혹시나? 하고 나갔다가, 이

내 집으로 돌아와 버린다. 그래도 이 더운 여름엔 집 안이 그나마 최고의 휴식처인 것이다.
이렇듯, 아이와 둘이서 뒹굴기 시작한지가 벌써 1달이 다 되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내 몸이 무거워져 버렸다. 점심 먹고 졸립다고 한잠 자기도 하고, 밤에 에어컨 조절하느라 잠을 설친 탓에 또 한잠 자고…. 몸이, 특히나 뱃살이 늘어나 무겁다. 실은 뱃살의 무게 땜에 숨이 차고, 무엇보다도 앉아 있을 때 답답하고 갑갑하다. “너는 왜 맨 날 소파에 들어 누워있는 거냐? 앉아있지 않고서?” “ 누워보세요!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편해요!”

이미, 우리 둘은 couch potato가 되어버렸다. TV채널도 바꾸고 또 바꾸고 하다 보니, 본걸 또 보게 되었고, 조금씩 흥미도 떨어지고, 손에 든 리모콘에도 힘이 덜 가게 되었다. 문득, ‘이래서는 안 되겠다. 몸이 자꾸 무거워지니, 더 움직이기 싫고, 그러다 보니, 내 몸의 움직임이 축축 늘어져만 가고. 어쩌다 거울 속에 비친 내 팔뚝은 보기에도 민망한 지방덩어리로만 보이고, 갈수록 입는 옷들은 풍성(?)해지기만 하고….

그러다 결심했다! 저녁을 좀 서둘러 일찍 먹고, 아이와 같이 동네를 몇 바퀴씩 걸어보자고! 저녁8시경에 현관문을 나섰다.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대략 10분 정도가 걸렸다. 아!!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때론 열심히,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가족들이 같이 나란히 다정스레 대화하며 걷는 모습도.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 자매가 같이, 다양한 그룹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땀을 흘리려 뛰고, 걷고 있었다. 구부정한 등을 꼿꼿이 세우려 애쓰며 두 다리에 온 몸을 지탱하며 열심히 땀 흘리는 할아버지 모습, 문득, 늙어 힘없고 병들어서 자식들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죽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자신의 두 다리와 두 손으로 살고 싶으시다며, 날씨 좋은 밤이면 어김없이 호수가를 걷고 계신다는 아버지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온 몸을 땀에 적신 체, 다리에 힘이 좀 빠지긴 했지만, 돌아오는 몸과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오늘도 내 몸을 위해서 뭔가를 했다는데 스스로를 위안하며. 땀을 씻어내는 물줄기가 너무나 시원하고 상쾌하다. 이젠, 밤에 뇌우가 내리려는 기미라도 보이면 하늘이 미워지기도 한다. 나의 몸을 위한 작은 기쁨을 빼앗아가는 것 같아서.
소파에 드러누워 늘어가는 몸무게에, 축~ 늘어지고 있는 살을 집어 뜯을 필요도 없어졌다. 그 시간에 나가서 내 몸을 위해 열심히 두 발을, 두 팔을 흔들어 주고 있으니까, 괜한 자만 이었을까? ‘나도 30대엔 날씬했었는데, 이게 다 나이 살이지 뭐’ 스스로를 위안하다 couch potato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언제까지 이 밤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나로서는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하다. 적어도 내 몸에 조금은 덜 미안해 하게 되었다. 운동을 끝내면서 음료 사 먹는 맛에 우리 아이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엄마 친구들이 부러워할걸? 매일 밤 이렇게 나처럼 엄마랑 같이 걸어주는 사람, 없을 걸?” “그래, 고맙다. 너랑 같이해서 너무나 든든하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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