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순이 생각

[2011-09-01, 06:24:26] 상하이저널
지리한 상하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이들도 하나 둘 개학을 하고 며칠 전 오랫만에 한 모임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저마다 해외로 중국 내로 또 한국으로 여행들을 다녀와 이야기가 꽃이 핀다. 그 중 한 지인은 혼자 있을 '춘자'때문에 하루 2시간씩 보모를 불렀는데 그 춘자가 바로 애완 고양이란 것을 알고 우린 모두 어찌나 웃었는지.

그러고 보면 누구에게나 웃지 못할 에피소드 몇 가지쯤은 있지 않을까? 나도 춘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잊고 있던 한가지 일이 떠올랐다.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퇴임하시기 까지 강원도에서 5년을 혼자 지내셨는데 그때 동생네와 우리는 매달 아버지를 찾아 뵙고 함께 지내다 오곤 했다. 그런데 한날은 아버지께서 외식을 하고 나서 작은 봉지에 남은 고기조각들을 담고 계셨다.

"아버지, 뭐 하시게요?”
"으응, 앞집에 강아지가 있는데 주려고, 그리고 '순이'라고 이름도 지었어."
그러고 보니 앞집 순이는 아버지를 보면 여간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순이야~" 다정하게 부르시는 아버지와 힘차게 꼬리치며 반기는 순이, 워낙 말씀이 없으신 아버지께선 아마 엄마의 빈자리를 그렇게 달래고 계셨을까? 그런데 얼마 후 찾아 뵀을 때 아버지는 이상하게 순이에게 가지 않고 계셨다.

"아버지, 왜 순이한테 안 가세요?"
아버지는 아주 난감한 얼굴로 "글쎄 앞집 젊은 아주머니 이름이 순이라는구나."

얼마 전부터 같은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아주머니의 이름을 안 순간 무척 당황하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가뜩이나 당신 관리 철저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십분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어찌나 힘들었던지.

그리고 몇 년이 지나 그날은 남편 지인의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돼 몇몇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기르던 강아지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으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애완견 이야기로 화재가 바뀌고 있었다. 난 문득 그때 '순이'가 생각이나 맘껏 웃으며 그때의 난감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마주 앉아 있던 그 지인의 아내가 웃으며 "호호, 내 이름도 순인데…." 모두가 웃고 있었지만 내 얼굴은 빨갛게 홍당무가 됐던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어릴 때는 애완견은 아주 드물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는 대부분 집집마다 마당에 x견을 길렀고 부르는 이름도 덕구, 쫑, 해피……. 듣기만 해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애완동물 반려동물하면서 가족처럼 아빠 엄마 언니 동생하며 이름까지도 사람과 구분할 수 없게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함께 하며 웃음과 행복을 주는데 일조를 한다면 특별히 마다할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순이든 춘자든 또 다른 어떤 이름을 가진 동물이든….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행복’ 퍼즐을 맞추고 왔어요 2011.08.28
    상해한인성당 청소년 사천성 나환자촌 봉사활동기
  • [아줌마이야기] 좌충우돌! 한 여름 밤의 꿈 2011.08.27
    "따르릉~~" 한 밤에 걸려온 아들의 전화다. "그래! 맞지!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지!" 큰 애가 홍콩으로 떠난 지 이틀째, 나는 한국에서 상하이로 돌아 ..
  • [아줌마이야기] 누구냐? 너! 2011.08.19
    모처럼 남편과 아침 산책을 나선 어느 날, 밤새 도착한 문자를 살펴 보던 남편이 “어! 이것 좀 봐라. 웃기지도 않는다. 야!” 하며 휴대폰을 건네 준다. 중국어..
  • [아줌마이야기] COUCH POTATO!! 2011.08.12
    사전적 의미: 소파에 앉아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 게으르고 비활동적인 사람. 방학이 시작되면서,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밖..
  • [아줌마이야기] 여름이 아름다운 이유 2011.08.04
    제가 사는 홍메이루는 봄에 특히 아름답다. 가로수에 꽃이 피는 5월이면 깊은 향기로움에 붉은 매화 길은 아니지만 이름값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하고 편안한 일..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사진찍기 좋은 상하이 이색거리 5곳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4.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5.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6.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7.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8.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9.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10.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경제

  1.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2.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3.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4.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5.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6. 중국, 7년 만에 초전도 자성체 세계..
  7. 中 재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 18.8..
  8.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 용후이마트..
  9. 상하이, ‘950억원’ 소비쿠폰 쏜다..
  10. 中 신차 시장 ‘가격 전쟁’에 1~8..

사회

  1.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2.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3.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4. 상하이 '외식' 소비쿠폰 언제, 어디..
  5. 상하이 디즈니, 암표 대책으로 입장권..
  6. 김대건 신부 서품 179주년 기념 국..

문화

  1.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2.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3. [책읽는 상하이 254] 나무의 시간

오피니언

  1.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3.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4.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5.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6. [중국인물열전 ①] 세계가 주목하는..
  7. [Dr.SP 칼럼] 독감의 계절 가을..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