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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어떻게 살아야 할까?

[2011-09-23, 19:25:48] 상하이저널
또 다시 불면증이 생겨 요 며칠째 고생하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큰 아이를 대학에 보낸 지 오늘로 정확히 3주째 되는 날이다. 그 동안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허전하지 않다!"하며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사실이 아닌가 본다. 생각해 보면 20년을 한 번도 떨어져 있지 않고, 함께 살다가 처음으로 떠나 보냈으니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다.

상하이에 비해 워낙 물가가 비싼 곳이라 밥값도 만만치 않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머리 믿고 적당히 공부하던 녀석이 지독히 공부하는 수재들 틈에서 버티려 하니 녹록지 않겠다는 짐작을 해본다. 8월의 마지막 날, 오후 4시에 시작된 입학식에 참석해 했다. 예상과 달리 부모들이 왜 이리 적을까 의아했다. 알고 보니 다들 자녀들이 기숙사에 처음 들어 온 날, 온 가족들이 함께 와 짐을 넣어 주고, 학교 투어를 마친 후 대부분 돌아 가는 것이었다.

젊은 학생들 틈에서 참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잘 해낼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보다 오히려 좋은 환경 속에서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아들이 부러웠다. 이 나이에도 살림보다는 아직도 뭔 가를 더 배우고 싶어하니 내가 정상인가 싶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 대학 시절을 떠올리니, 시국이다 학내 문제다 하며 시위와 결강이 잦았던 80년 중반의 한국대학의 모습이 떠오른다. 공부를 독하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학생들 보다는 자원 봉사를 조금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아들 나름대로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할 지 계획은 세웠겠지만, 엄마로서의 바람은 몸도 건강히, 공부도 감사한 마음으로 즐겼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방학에는 과외보다는 외지로 봉사 활동을 떠나 나누는 기쁨을 누려 보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 지금 아들 눈에는 다른 이들보다 여러 모로 없어 보이는 우리 가족이 그래도 감사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심 때문에.

엄마를 닮아 아침 잠이 많은 아들! 결국, 벌써부터 수업을 빼먹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쓰라리지만, 그래도 아침에 전화를 걸지는 않는다. 이제서야 어렸을 때 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 주지 못한 게 후회스러워, 워낙 잔소리를 싫어하고 스스로 하기를 바랐던 방목형 엄마였던 내 자신이 "과연 내가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일까? " 고민 되는 밤이다.

이제 고 2인 딸과 나를 위해서라도 ‘Early bird’가 되도록 다짐해보며….

▷진리앤(truthann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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