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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산후 미역국

[2011-10-14, 23:09:03] 상하이저널
마른 미역도 넉넉히 사고 소주병 1병 크기에 80위안하는 참기름도 짰다. 가만, 고기는 조금 더 있다 병원 간다고 하면 부드러운 소고기로 갈아 달래서 주문을 하면 되겠지. 지난 10년 동안 자주 해먹던 미역국인데 산후미역국 끓일 준비를 하니 가슴이 설렌다. 조금 있으면 헬렌이 셋째 아기를 낳는다. 헬렌에게 산후미역국 끓여 줄 준비를 하고 있다.

2007년은 황금돼지띠라고 정말 많은 아기들이 태어난 해였다. 계획한 건 아닌데 우리 둘째도 황금 돼지해 태어난 아기다. 늦은 나이에 둘째 낳는다고 한국 집에 가서 아기 낳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미안한 목소리로 ‘외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 우리 딸 해산하고 가시면 좋겠는데 먼저 가실 수도 있다’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셨다.

듣는 나 또한 가슴이 아팠다. 당연히 외할머니 곁에 있으셔야지 무슨 그런 얘기를 하시냐고 엄마를 위로해 드리고 산바라지를 해줄 사람을 구하는데 사람이 없었다. 혹, 사람이 있어도 여기저기 구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예정일보다 늦으면 먼저 아기 낳은 사람 집에 가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리저리 소개를 받아 사람을 알아두고 예정일에 맞춰 진통이 오고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를 낳고 회복실에서 먹는 따끈한 미역국 맛이란~. 이거 맛들이면 셋째도 낳겠구나 싶을 정도로 순산의 안도와 편안함을 주는 미역국이었다. 그런데 산후 미역국 끼니를 거르는 일이 생겼다. 산후도우미가 이미 다른 집으로 가버린 것. 먼 친척이 급히 미역국을 끓여 주셨지만 계속 신세지기도 편치 않아 남편이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끓여 본다는 남편의 미역국은 참기름을 너무 많이 부어 이 맛도 저 맛도 아닐 때도 많았고, 미역이 너무 풀어져 죽 같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소고기 미역국만 먹으면 질린다고 조갯살도 넣어 끓여주고, 혈액순환에 좋다고 황태국도 번갈아 끓이며 정성을 다해 주었다. 그리곤 “장모님 걱정 마세요~ 산후도우미가 산바라지 잘 하고 있어요.”라며 외할머니 보내시고도 자식걱정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엄마를 위로했다.

그렇게 얼렁뚱땅 백일도 안 된 둘째와 5살 큰 아이 손잡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 올 때까지 그냥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기를 봐주는 아이(阿姨)의 도움으로 여유가 생기자 미역국이 먹고 싶었다. 참기름에 달달 볶은 소고기 갈빗살에 미역도 푸르게 볶고 집에서 담근 간장으로 간을 맞춘 맛있는 미역국이 먹고 싶었다. 틈틈이 가볍게 보신 좀 하자 싶은 날이면 엄마 손맛을 살려 커다란 솥에 미역국을 끓여 남편이랑 든든히 먹는다. 제대로 산후미역국 못 먹은 서운함이 컸던지 나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미역국 한 그릇씩 먹고는 이유 없이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우리 아이들은 우리 둘이 다 키워서 정말 좋다며 웃곤 한다.

네덜란드 남편만나 상하이에서 사는 헬렌이 친정엄마가 미리 못 오신다고 해서 미역국 끓여 줄 테니 걱정마라 했다. 내가 끓여주는 맛있는 산후 미역국 먹고 서운하지 않게 몸조리 잘하길 바란다. 신문이 나올 즈음 난 부지런히 미역국을 끓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Betty (fish7173. 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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