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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울 엄마

[2011-11-04, 16:37:55] 상하이저널
짧은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일년 정도 상해에 데리고 있던 조카의 결혼식에 정기적인 병원 검진 일정을 맞추고, 큰 아이 학교 상담 날짜가 바로 있는터라 처음부터 빠듯하게 잡은 기간에, 친정으로 병원으로 강원도에 있는 시댁으로 다시 서울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연예인 못지않은 스케줄을 만들어 움직여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밀며 인사대신 ‘아이고, 힘들어!’를 먼저 내뱉으며 집으로 들어서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시는 엄마의 얼굴이 환해지신다.

작년 여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시고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는 하시지만, 편찮으신 아버지를 돌보시느라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볼 때마다 마음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입으로는 퉁명스런 소리가 먼저 나가는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서울에 도착한 그 다음날이 엄마 생신이라는걸 알았다.

평소 음력 달력을 잘 들여다 보지 않아서 생긴 실수인데, 실수치고는 타이밍이 기가 막혀 동생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나가 맛있는 저녁을 사드리는것으로 실수는 무마 되는것 같았지만, 마음속에 찜찜함이 남는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내 생일을 잊었었다면, 나는 두고두고 서운하다는 얘기를 할 것 같은데 엄마는 모두들 모여 같이 식사하는 것 만으로도 정말 좋아하시는 모습이라 더 죄송스럽다.

오랫만에 엄마와 함께 누워 어릴적 이야기부터 작년에 힘들었던 이야기, 요즘 사는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엄마는 연신 내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얼굴이 왜이렇게 까칠하냐, 살 뺀다고 하지말고 뭐 좀 많이 먹어라”하신다. 늦은 나이에 치아 교정 한다고 얼굴살이 빠지는건데, 엄마 눈에는 그저 안타깝게만 보이는가 보다.

“엄마, 나 완전 뚱뚱하거든~ 어디 가서 엄마 딸 말랐다고 하지마, 욕먹어!”
시덥잖은 농담으로 넘어가 보려는 내 얼굴에서 엄마는 눈도 손도 떼지 못하신다. 작년에 아이가 아픈 것을 엄마에게 알렸을 때도 엄마는 그저 내 걱정만 하셨더랬다. “새끼가 아프면 애미는 애간장이 녹는 법인데, 어구, 저게 애간장이 다 녹았겠네…….” 하시던 엄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내 얼굴을 쓰다듬던 손에 힘이 없어지고, 눈을 감고 피곤한 듯 입을 벌리신 엄마의 얼굴을 이번엔 내가 살짝 쓰다듬어 본다. ‘엄마’, 언제나 바쁘게 동동거리시며 부업도 하시고, 집안일도 놓치지 않으셨던 ‘울 엄마’. 성모상 앞에서 늘 묵주 기도를 하시고, 뒤늦게 세례를 받고 함께 성당에 가는 딸과 손자의 손을 놓지 못하시던 ‘울 엄마’. 주무시는 얼굴에 남아있는 주름이 엄마가 살아내신 세월의 생채기처럼 굵게 남아 자꾸 내 눈에 밟힌다.

저 굵은 주름의 대부분이 자식들 걱정으로 생긴 것일텐데, 아이가 아파 모두들 아이 걱정을 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우리 엄마는 나를 위한 약을 준비하시고, 나를 더 걱정 하셨었다. 내가 우리 엄마의 애간장을 녹이는 애물단지 인것을 늦은 밤, 오랫만에 같이 누운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잘 살아야지, 내년 생신에는 미리 미리 준비해서 마음으로부터 축하해 드려야지, 건강하셔야 할텐데……. 이 생각 저 생각 쉽게 잠이 들지 않는 밤이었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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