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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중년부부

[2012-01-01, 23:24:21] 상하이저널
오랜만에 한국에 나와 동생과 명동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십오륙 년 전 직장 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명동은 소위 말하는 나의 <구역>이었다.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던 곳도 명동이었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쇼핑을 위해 지인들과 골목골목 누비고 다닌 곳도, 모처럼 큰마음 먹고 비싼 파마를 하던 곳도 명동이었으니, 내가 명동성당을 못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터라 온갖 매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명동 골목길 안으로 겁도 없이 발길을 옮겼다.

그 동안 명동 골목이 꽤 많이 변해 큰 건물도 많이 생겼고 내가 알던 매장은 많이 없어져 어리둥절한데, 매장 곳곳에서 들리는 중국어와 일어 혹은 영어로 손님을 부르는 점원들의 소리를 들으며, 내가 알던 명동이 이젠 관광 명소가 되어 내국인 보다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류 스타들의 실물크기 사진 옆에서 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의 모습들과 그 옆으로 생생하게 들려오는 중국어 대화들이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상하이인지 우리나라 명동인지 헷갈려지기 시작했다.

십년 전 처음 상하이에 와서 상양시장 안을 걸으며 어쩌다 들려오는 우리말 소리가 반가워 괜히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고, 내가 뭐라도 안내를 해줘야 할 것 같은 오지랖이 다시금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할 무렵 목적지인 명동성당에 도착을 했다. 동생과 함께 명동성당 <성물 판매소>에서 성경책과 신앙 서적을 고르고 있을 때, 점원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중국인 중년 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하고 계신 중이었는데, 뭔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도와드릴까요?”하며 그 부부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명동 한 복판에서 중국어를 듣는 것이 반가우셨던지 “달력을 사고 싶은데”라며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점원에게 물어봐 중간에서 말을 전달해 드리고 사고 싶은 물건을 사도록 해드리니, 상하이에서 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고마움을 표하신다. 나도 상하이에서 살고 있으며 잠시 다니러 왔다고 이야기를 하니 고향사람이라도 만난 듯 기뻐하시며, 상하이에 돌아오면 꼭 한번 연락을 해달라며 명함까지 건네시는 걸 보니 한국관광 중에 만난 고향의 말이 반갑긴 하셨던 모양이다.

“오지랖 넓게 참견은” 하는 동생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기쁘게 돌아서는 부부의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상하이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인 친구들이 한국으로 관광을 가는 일이 많아져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기도 하고, 무슨 음식이 맛있는지 물어볼 때 정확한 대답을 해 줄 수 없어 답답했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었다니 흐뭇해졌다.

사실 상하이 생활이 길어질수록 십년 전에는 반갑게만 들리던 우리말이 이젠 그다지 큰 감동으로 느껴지질 않고, 가끔은 민망한 생각에 모른 척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했던 요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그 날의 내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만약 그 사람들이 가이드와 함께 있었다면 내가 나서지는 않았겠지. 이제 상하이 에서도 곤란해 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만나는 상황이 된다면 기쁜 얼굴로 기쁜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어쩐지 묘한 결심을 하는 순간이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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