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어설퍼도 즐거운 나눔

[2012-01-06, 20:51:35] 상하이저널
항상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일어나는 자신감이 문제이다. 평시에는 그렇지 못하다가 어쩌다 한번씩 생기는 자신감이 실수로 연결되고 이러지 말았어야 했어 하는 후회도 이미 때늦은 일이 되고 만다. 요리에는 늘 자신이 없었다. 아마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 인터넷과 여러 곳에서 레시피를 찾는 것도 늘 남편이었다. 난 그 맛에 감탄을 하고 찬사를 보내곤 하지만 주부라는 타이틀 때문에 영 개운치만은 않다. 그러면서도 아들들에겐 요리 좋아하는 배우자를 만나라 하는 모순을 떨고 있다.

2년 전인가 OO골 에서 김치강습이 있다며 지금 미국으로 간 친구가 억지로 나를 등록시켰고 그곳에서 김치를 담그고 내 스스로 대견해 '인증서'를 받아 한동안 냉장고에 붙여두었었다. 그리고 이번 겨울 처음으로 김장을 한다며 배추 40포기를 하고 나니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요리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나의 무모한 자신감이 탄력을 받은 것이다. 어느 날 지인에게 받은 레시피로 약밥과 갖가지 견과류를 넣은 떡을 쪄 연말 모임에 가져갔더니 모두들 맛있다고 솜씨가 좋다고 칭찬이 분에 넘친다.

여기에서 끝냈어야 했다. 칭찬은 돌부처도 돌아앉게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난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다. 그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지인과 커피를 마시며 난 또 자랑을 하고 있었다.

"난 내가 요리를 못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하면 모두들 맛있대. 아마 내가 타고난 솜씨가 있는 것 같아"하며 약밥과 떡 자랑을 했다. 그 지인은 "그래,난 약식은 하는데 떡 찌는 방법 좀 가르쳐줘"한다. 그리곤 우리는 나는 떡을 너는 쿠키를 구워 서로 나누기로 했다.

"수요일밤 8시 우리 집에 들러요."

솟구치는 자신감에 평소보다 3배나 되는 쌀가루를 준비했다. 아뿔사, 어쩐다 완전 엉망이 되고 말았다. 떡은 붙지를 않고 다 부서지고 간도 안맞고 난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급하고 겨우 모양새를 만들었는데 하필 평소 그저 눈인사만 하던 남편이 함께 왔고 난 정말 어찌나 창피하던지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에이, 자랑이나 하지 말껄 이게 무슨 망신이람!"

그리고 그 지인의 쿠키는 말할 수 없이 맛있고 훌륭했다. 항상 바쁘게 살면서 언제 이런 솜씨가 있었던 거야. 그날 완전히 원숭이 앞에서 재주를 넘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며칠 후 난 또 약식을 만들고 떡을 찐다. 나의 영원한 팬(?) 식구들을 위해! 그리고 언제나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명동에서 만난 중국인 중년부부 2012.01.01
    오랜만에 한국에 나와 동생과 명동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십오륙 년 전 직장 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명동은 소위 말하는 나의 이었다.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
  • [아줌마이야기] 카~톡이 있어 좋다! 2011.12.23
    카카오톡!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채팅 프로그램. 요금이 들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과 한꺼번에 채팅을 할 수 있다. 대화를 하는 어플리케이션인데, 문자처럼 왔다 갔다..
  • [독자투고] 쓰촨성 나환우들을 위한 일곱번째 사진보.. 2011.12.16
    아름다운 마음 언제까지나 함께 나누기를 6년 전 봄이다. 쓰촨이라는 곳에서 한센인을 돌보는 일을 시작하신 한 신부님께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슬라이드를 가져 오셔서..
  • [아줌마이야기] 내 안에 흐르는 또 다른 피, Coffee 2011.12.16
    지금은 ‘바리스타’라는 멋진 이름이 있지만 예전엔 ‘커피를 잘 탄다, 잘 끓인다’는 표현을 썼다. ‘커피를 잘 탄다’는 말은 지금의 원두커피문화보다 인스턴트 가루..
  • [아줌마이야기] 뜻밖의 만남 2011.12.09
    낯선 번호가 뜬 휴대폰 벨이 계속 울린다. 요즘 자주 귀찮은 전화가 와 몇번을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오랫만이야. 나 기억하우?" 노인의 목소리..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사진찍기 좋은 상하이 이색거리 5곳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4.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5.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6.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7.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8.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9.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10.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경제

  1.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2.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3.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4.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5.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6. 중국, 7년 만에 초전도 자성체 세계..
  7. 中 재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 18.8..
  8.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 용후이마트..
  9. 상하이, ‘950억원’ 소비쿠폰 쏜다..
  10. 中 신차 시장 ‘가격 전쟁’에 1~8..

사회

  1.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2.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3.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4. 상하이 디즈니, 암표 대책으로 입장권..
  5. 상하이 '외식' 소비쿠폰 언제, 어디..

문화

  1.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2.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3.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4. [교육칼럼] ‘OLD TOEFL’과..
  5.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6.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7. [중국인물열전 ①] 세계가 주목하는..
  8. [Dr.SP 칼럼] 독감의 계절 가을..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