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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마라탕(麻辣烫)! 왕후의 찬?

[2012-01-21, 23:02:06] 상하이저널
지난 토요일, 차마 눈이 되지 못한 비가 추적 추적 길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자, 딸아이가 마라탕(麻辣烫) 타령을 시작했다. 이런 날은 마라탕을 먹어줘야 한다고…. 난 따뜻한 라면 국물이면 족한데 딸아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아니 실은 나도 몇 년 전 상해사대에 어학연수를 다닐 때 가끔씩 먹곤 하던 추억이 갑자기 떠올라 입가에 살짝 침이 고이는 걸 감추며 못이기는 척, 딸아이와 가까운 꽤나 소문이 나 있는 마라탕 집을 찾아갔다.

마라탕 집이란 내 머릿속엔 그저 좁고 북적대기 일쑤고, 뭔가 모르게 죽~진열되어 있는 각종 야채며 어묵이며 두부며 메추리알, 당면 류, 이런 것들이 웬지 모르게 좀 지저분해 보이던 그런 곳이었다. 따뜻한 국물에 익혀 먹는 것이라, 다소 안심이 되긴 했어도, 괜히 어떨 땐 위생상태가 맘에 안 들어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었던 그런 곳이었다.

이번에 찾은 이 마라탕 집은 깔끔했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제법 넓었고, 쟁반에 담아온 먹거리를 집게로 하나하나 세면서 총액을 알려주며 번호표를 나눠주는 이도, 주방에서 탕에 각종 먹거리를 열심히 담궈 내고 있는 이들도, 하얀 옷에 모자까지 갖춰 입은 모양새가 옛날 내가 자주 다니던 그 마라탕 집과는 사뭇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많이 많이 문명화되어 있었다.

맛은 웨이 라(조금 맵게), 따바오(포장)를 해서 집으로 가져와 커다란 국수 그릇에 담아내니, 그야말로 푸짐하기가 그지없다. 각종 야채가 너무 맛있었다. 사각 사각 씹히는 숙주 맛이, 달콤하게 혀 끝에 말려드는 하얀 배추 맛이, 말린 두부가, 아~ 일품이었다. 국물도 내가 좋아하는, 국물도 맛있었다! 라면 국물 맛을 잊게 할 정도로 내 입에, 내 혀에 착착 달라붙고 있었다.

세 사람의 토요일 점심 한 끼 식사, 50위안으로 우리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건더기 하나 남기지 않은, 어느 새 깨끗하게 비워진 내 그릇에, 포만감에 젖은 내 모습에, 딸아인 약간 어이없어했다. ‘저렇게 좋아하면서, 왜 안 먹는다 고집부렸는지’ 이해가 안 되는 듯…. 실은 나도 약간은 나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중국음식에 특히 이 마라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었을까?

한번씩, 우리 딸아이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훗날에 결혼을 해서 입덧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그것도 이곳 중국이 아닌 곳에서 이 마라탕이 먹고 싶으면 어떡하지? 사먹으러 비행기타고 여길 다시 와야 되나? 엄마가 이 딸을 위해 좀 배워두면 안될까?

이 곳 중국에 살면서 특히 어학연수를 다닐 땐 등교 길에 쩐주나이차(珍珠奶茶)를 한 손에 들고 교실 문을 들어섰었고, 1교시 끝난 쉬는 시간에 지단삥(鸡蛋饼)을 먹으러 학교 정문 앞으로 달려가 줄을 서곤 했었다. 쩐주나이차는 한 번씩 생각이 나서 아직도 즐겨먹고 있지만 이 지단삥은 내가 사는 이 곳, 한국 촌 근처에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새삼 길에서 사 먹을 용기도 나지 않을 거 같고, 그 땐 유학생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함께 나눠 먹던 그 맛이 아침마다 먹어도 먹어도 꿀 맛이었는데 지금은 기름기 많은 그 음식이 소화가 될지….

토요일 날, 그 마라탕 집에서 딸아이를 데리고 온 이웃 동생이 있었다. “언니, 여기서 먹어야 제 맛이 날텐데” 조금 안타까워했었다. 아니 따바오 해온 마라탕도 정말 맛있었어. 집 거실 상위에 펼쳐 놓여 진 마라탕 맛도 일품요리였었다. 오후 내내 행복했었다. 내겐 이 날 오후만큼은 더할 나위없는 왕후의 찬, 그것이었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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