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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回国 그리고 回家

[2012-02-03, 18:59:34] 상하이저널
전혀 생각지 못한 일도 아닌데 그리고 당연한 것인데도 아들의 입대날짜가 정해진 한달 전부터 내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난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정작 아들녀석은 마치 신이 난 것처럼 친구들과 잠시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만남이 계속되고 난 그 모습을 보며 차라리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아들은 나보다 먼저 한국으로 갔고 그곳에서도 그런 만남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아들 덕분(?)에 한국에 가게 됐다.

3년만의 귀국, 그리고 길지 않은 일정과 그 사이에 명절. 조부모님을 유난히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큰아이의 방문은 분명 시어른들께 즐거움이지만 난 3년 동안 뵙지 못한 아버지의 그리움이 더 앞섰다. 열흘간의 시간 동안 그 동안 소홀했던 며느리의 역할을 위해 홀로 계신 어버지와의 짧은 만남을 할 수밖에 없는 외딸의 간절함, 8년간의 해외생활을 뒤로하고 낯선 곳에서의 처음 경험하는 아들을 두고 올 생각, 이런저런 생각에 어지러운 날들이 지나고 난 한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아들녀석이 나를 반긴다. 무거운 짐을 들고 앞서는 아이를 따라가며 이미 청년이 된 아이의 뒷모습이 의젓하다. 지난 여름 몇 년 만에 한국에 와 택시를 탔다가 달라진 화폐로 만원단위를 천원으로 거스름돈을 받은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구태여 지하철을 타자하며 자기는 이미 10년 이상 이곳에서 지낸 사람처럼 완전 적응했다며 너스레를 떤다. 밤 10시가 넘어 도착하니 시어른들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많이 연로하셨지만 건강해 보이니 감사하다. 큰절을 올리니 정말 내가 한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리고 참으로 오랫만에 이틀을 아들과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입대하는 날 삼촌이 하루 휴가를 냈지만 정작 이 녀석은 친구와 올 테니 부대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날 친구들과 함께 나타난 아들은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한지 모자를 눌러쓰고 그 동안 마치 파병이라도 갈 것 같던 기색은 어디로 가고 조금 긴장된 모습이었다. 정신 없이 소란한 분위기에서 마이크로 쉴새 없이 식이 진행되고, 이제 부모님께 인사하고 집합하라는 소리에 아이는 쓰고 있던 모자를 내게 던지듯 안겨주고 뛰어가는데 휭하니 내 가슴에 무언가 빈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홀로 계신 아버지는 강건하셨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 당신 관리 철저히 하시는 모습은 여전하시고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고 사시니 그것이 비결인 듯 하다. 평안도가 고향이신 아버지께서는 북한식 고기만두를 아주 좋아하시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내 담당이 되었다. 갈 때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만두를 해서 냉동실에 조금씩 담아 얼리고 끓여 드시는 방법을 알려드리곤 했는데 너무나 오랫만에 만두를 빚고 있는 나를 바라보시는 미소가 죄송하고 민망스럽기 조차했다. 자주 전화도 못드리고 찾아 뵙지도 못하는데도 늘 "고맙다. 반갑구나"로 나를 위로해주시고 매일 새벽마다 기도해주시는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렇게 몇년만에 뵙는 아버지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서운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난 시댁으로 왔다. 아들이 어지럽게 벗어 논 옷들을 세탁하고 정리하고, 모두들 명절준비를 하는데 아들의 부대에서 편지와 함께 아들의 옷상자를 보내왔다. 상자를 여는데 그리움이 밀려와 난 참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그리고 아들은 강원도 철원 신병교육대 에서 훈련 받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명절 다음날, 난 이곳 남편이 있는 상하이 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내내 가슴에 불덩어리를 안고 있는 것 같이 뜨거워지며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늙으신 부모님, 아버지 그리고 아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난 오늘도 아들의 빈 침대를 보며 장성한 아들을 위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란 걸 새삼 느낀다. 그리고 끝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삶의 진리를….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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