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역지사지(易地思之) 놀이

[2012-03-02, 21:05:24] 상하이저널
역지사지(易地思之)
-명사: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봄.
-동사: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보다.

집안일을 도와주던 아줌마의 시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시면서 본의 아니게 나의 역지사지(易地思之) 놀이(?)가 시작되었다. 느닷없는 통보에 화가 나기도 하고, 아줌마가 없으면 당장 내 몸이 고단하게 생긴지라 듣는 순간 입을 다물어 심기 불편함을 표현해주고 나니 어차피 갈 사람 마음이라도 편하게 보내주자 싶어, “효도도 좋지만, 네 건강도 챙기면서 병간호 해라. 아픈 사람보다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이 더 힘든 거야”라는 말로 위로를 해주니, 아줌마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마워한다. 한국의 친정 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아버지 곁을 지키시는 엄마생각이 나서 해준 소리였는데 그 말에 진심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몇 달 집안일 걱정없이 지내다가 도와주는 사람없이 집안일을 하려니, 그 동안에 내 마음에 미흡했던 아줌마의 일솜씨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한 거다. 아줌마와 내 입장이 바뀌고 나니 그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되니 말이다. 타인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 사람의 입장을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긍정의 마음으로 생각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들어 아들녀석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절대 이해할 수 없어”라는 말이다. 한참 자기 주장 강하고 세상과 타협이 되지 않는 나이임을 감안 하더라도, 가끔씩 단호한 표정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다툼이 생기는걸 알아야 할 텐데 말이다.

요즘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고, 생각할 여유가 없어져 별 일도 아닌 걸로 큰소리가 오가고 주먹이 오가는 동영상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아주 조금만 상대방을 생각하고 양보를 했었더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TV 시사 프로에서 ‘충동조절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며 우리 사회가 일등만을 기억하고, 남과의 경쟁을 부추겨 일어난 일이고, 그 과정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뻔한 결론을 내린다. 사실 나도 할 말은 없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회에서 보다 좋은 위치에 오르기를 원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니 말이다.

어릴 적 공부하려고 마음을 딱 먹었을 때, 엄마가 “공부 좀 해라”하는 소리를 하면 공부하기 싫어졌던 그 마음을 기억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게 기다려 줘야 하는 걸까? 내 마음을 비우고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놀이를 해봐야 할까 보다. 그 놀이가 성공적으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면, 가장 이해해 주어야 하고 내 입장을 이해시키고 싶은 남편과 둘이서 이 재미있는(?) 놀이를 시도해 봐야지…….’ 자기야, 기다려. 우리 재미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놀이 해보자.’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생일선물 2012.02.17
    지난 연말에 카카오톡으로 ‘나이 한 살’이라는 취소/교환/환불이 불가한, 1월 1일에 도착예정인 특별 상품을 ‘주름’과 함께 이웃의 동생으로부터 배송 받았었다...
  • [아줌마이야기] 인연因緣 2012.02.10
    12월, 남편의 생일상을 준비하던 날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지인이 보내 온 아픈 말을 보았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5년의 결혼생활 마무리 하고 싶다는 말에 가..
  • [아줌마이야기]回国 그리고 回家 2012.02.03
    전혀 생각지 못한 일도 아닌데 그리고 당연한 것인데도 아들의 입대날짜가 정해진 한달 전부터 내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난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정작 아들녀석은..
  • [아줌마이야기] 남편이 끓인 김치찌개 2012.01.24
    저녁 준비를 위해 시장에 나가보면 상하이 남편들의 장보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야채 가격을 흥정하고, 돼지고기 조금, 쪽파 약간등이 담긴 비닐 봉지를 주렁..
  • [아줌마이야기] 마라탕(麻辣烫)! 왕후의 찬? 2012.01.21
    지난 토요일, 차마 눈이 되지 못한 비가 추적 추적 길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자, 딸아이가 마라탕(麻辣烫) 타령을 시작했다. 이런 날은 마라탕을 먹어줘..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2025 춘절(春节) 상하이에서 뭐하..
  2. 제28대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집행..
  3. 꽃 보러 가요~상하이 무료 꽃 전시
  4. 을사년 푸른 뱀의 해, 특별한 새해..
  5. [책읽는 상하이 268] 자기 앞의..
  6. 中 2024년 1인당 가처분소득 5...
  7. 가오더지도, 中 최초 외국인 위한 영..
  8. CATL, 작년 순이익 10조원…올해..
  9. 을사년, 상하이 춘절 등불축제 다 모..
  10. 中 상무부 “전자통신·의료·교육 등..

경제

  1. 中 2024년 1인당 가처분소득 5...
  2. CATL, 작년 순이익 10조원…올해..
  3. 中 상무부 “전자통신·의료·교육 등..

사회

  1. 제28대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집행..
  2. 꽃 보러 가요~상하이 무료 꽃 전시
  3. 가오더지도, 中 최초 외국인 위한 영..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67] 게으르다는..
  2. [책읽는 상하이 268] 자기 앞의..
  3. 윤발 형님 ‘러닝 크루’ 합류한 왕바..
  4. 을사년, 상하이 춘절 등불축제 다 모..
  5. [책읽는 상하이 269] 자기 앞의..

오피니언

  1.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9] 200..
  2. [상하이의 사랑법 21] 작가의 사랑..
  3. [허스토리 in 상하이] ‘이상한 힘..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