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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여유

[2012-03-09, 23:26:22] 상하이저널
"여기 애기엄마 10년만의 외출이래요."10여년전의 일이다.한 지인의 연주 초대장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작은 화분을 안고 '예술의 전당'을 간것이. 마침 그곳에서 알고 지내던 은행 지점장부부를 만났는데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렇듯이 결혼하고 아이 돌보다보면 이런 외출은 언감생신,나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소개를 하니 반갑게 인사를 한다."축하합니다". 그때 그 중년부부의 여유로운 모습이 어찌나 보기좋던지 '나도 아이들 크고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여유로울수가 있을까'했던 생각이 떠오른다.

어린시절 그땐 정말 많은 꿈을 꾸었다.시골에서 겨우 들을수있는 라디오 에 귀를기울였고 때론 황당한 것을 꿈꾸기도 했지만 꿈꾸는 그 자체로만도 행복했다.젊은시절 내가 훗날 여유가 생기면 하고싶은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때는 학생들을 위한 싼 티켓으로 제일 윗층 구석에서 공연을 보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VIP,S석에 앉아있는 나를 그려보았다.결혼하고 양재동에서 살게되었는데 아이를 낳고 오가는길에 차창밖으로 예술의 전당에 걸려있는 현수막들을 보며 부럽기만하고 그리곤 치솟는 티켓의 가격에 눈을 감아버렸다. 난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상하이로 오게됐다.그리고 지금 난 여유롭다.한국에서 처럼 차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매일 아침 화장을 하지않고 철마다 새옷을 사지 않아도, 여전히 가장 싼 티켓을 구입하지만 남편과 함께 10년만이 아니라 매달 즐거울수있고 함께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또 건강해서 많이 걸을수 있고 많이 볼수있어 좋다. 그러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남아 넘치는 여유가 아니라 어떤 조건과 상황에서도 가능한 여유를 알게됐다.

지난 2주 주말'상하이 음악청'을 다녀왔다.
음악청에는 많은 청중들로 가득했다.가끔은 중국사람들 너무 체면이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경직된 분위기로 다가가기 낯설것 같은 공연들도 다양한 연령층 누구나 자연스럽게 보고 즐기고 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것도 스스로 벽을 만들지 않는 것이 당당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그날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의 연주로'그리그,베토벤,브람스'의 협주곡과 교향곡을 감상했는데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을때는 꿈많던 소녀가 즐겨듣고 부르던 추억이 가슴을 뜨겁게했다.그리고 악단 수석의 부축을 받으며 나와 앉아서 1시간여를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노지휘자의 뒷모습이 곁에 앉아있는 남편의 흰머리와 함께 더욱 그시간을 편안하고 여유롭게했다. 그리고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는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아직 남아있는 여운으로 흥얼거리며 난 아주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60위엔의 행복(?)을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도 알려주어 다양한 삶의 여유를 알게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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